이미 SBS 8뉴스에서 전해드렸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시행 이후 범죄가 급증했다는 얘기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9월 29일 무비자 제도 시행 이후, 그러니까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의 경찰청, 법무부, 외국인 범죄 통계를 요청해서 자세히 분석해 봤거든요. 이 기간 중국인 범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9.8% 줄었고요. 외국인 범죄 전체 감소율 9.5%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흔히 불법 체류자로 알려진 이른바 미등록 외국인 누적 현황도요. 매월 15% 정도로 이 역시 제도 시행 전후 큰 차이가 없었던 걸로 분석됐어요. 범죄 급증을 입증하는 유의미한 통계 변화,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팩트체크 반응은?
기사 쓰고 나면 기자들도 댓글 반응 많이 보거든요. 별로 안 좋았습니다. 이번뿐만은 아니고요. 사실 저희 SBS 팩트체크 '사실은' 팀이 혐오 관련 팩트체크를 꽤 오래전부터 해왔거든요. 가령, "중국인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자가 나고 있다", "화교들이 대학 입시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 이런 소문들에 대한 팩트체크요. 물론 다 사실이 아니었는데 댓글을 보면 "그래서 어쩌라고?", "기자 너 화교 아냐?" 심지어는 "SBS도 중국에 장악됐네" 이런 반응까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내가 이러려고 팩트체크했나?' 자괴감도 들고 그랬었는데 계속 취재를 하다 보니까 뭐랄까요. 혐오 감정을 키우는 환경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넘쳐나는 반중 콘텐츠…반중을 만드는 환경이란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제가 이번에 취재 때문에 계속 '반중', '혐중' 이런 키워드 넣으면서 얼마나 많이 검색을 했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알고리즘 때문에 계속 그런 콘텐츠가 뜨는 거예요. 그러니까 반중 콘텐츠로 도배가 돼버리는 겁니다. 설령 반중 감정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클릭했다가 한 번 보고 그리고 그 이후에 계속 비슷한 영상이 뜰 테고요. 계속 여차저차 보게 되면 결국 "정말 중국 문제 많구나" 이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확증편향', '필터버블' 이런 말 있잖아요. 그만큼 반중 콘텐츠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특정인에게 노출이 집중되면 그 심각성이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부쩍 혐중 정서가 커지는 이유
사실 반중 감정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뭐 때문이다 딱 부러지게 말하기도 어렵고요. 다만 최근 1년 새 부쩍 커진 게 몸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아무래도 계엄 이후 1년 동안 한국의 정치 지형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후 대국민 담화에서 반중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했잖아요. 중국인들이 군사 시설을 촬영한 그런 사건이라든가, 아니면 중국산 태양광 시설이 전국 산림을 파괴한다, 이런 식으로 주장했잖아요. 이게 단순히 한 개인이 "나 중국이 마음에 안 들어" 이런 차원의 문제하고는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치인들이 반중 감정을 공론장 위에 끌어온 거죠. 달리 말하면 꽤 많은 사람들에게 반중 감정에다가 공적인 인증 마크를 찍어주는 셈인 거죠. "이 감정은 사적 감정이 아니야", "일종의 공적 감정이야" 이런 식으로요.
이후 상황은 다들 아실 겁니다. 윤 어게인 집회 때마다 반중 구호 나오고요, 또 SNS에 반중 콘텐츠들 넘쳐나고요. 정치인의 발언의 무게, 그만큼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반중 감정, 우리가 치르는 비용
사실 "혐오는 참 나쁜 감정이야", "우리랑 다른 사람 미워하고 왜 그렇게 못났어?" 이런 훈계적인 접근이나 어떤 도덕적 우월감의 관점에서 혐오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올바름, 이른바 PC함에 대한 반감이 많이 강해졌잖아요. 오히려 이런 PC함에 대한 반작용 때문에 혐오 감정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또 이게 대한민국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영미 유럽 국가들도 이런 혐오 문제가 극심하잖아요. 극우파 정당이 득세할 정도로요.
뉴스 많이 나오죠. 이주민 혐오하는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선전했다 이런 내용으로요. 다만 혐오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혐오라는 감정이 무서운 게 내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내가 미워하는 상대가 손해를 보는 걸 우선순위에 놓는 것 같아요. 뭐 내가 손해를 봐도 괜찮을 정도로요. 그만큼 상대가 끔찍히도 미운 거예요. 사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꽤 많은 이웃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서 돈을 벌고 가족 먹여 살리고 그런 선순환이라는 게 또 분명히 있잖아요.
최근 통계를 보니까요. 2024년 중국인 관광객이 460만 명 정도 한국으로 왔는데 1인당 1천877달러, 우리 돈으로 270만 원 정도를 썼다고 합니다. 과거 연구를 보면 중국인 200만 명이 방문하면요, 국내 취업 유발 효과가 6만 6천 명에서 최대 7만 9천 명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더라고요. 중국인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아, 이런 말 결코 아닙니다. 이 역시 고민이 필요하고요.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죠. 다만 지금처럼 국가 간 경계가 희석되고 서로 얽히고설켜 사는 게 불가피한 시대인데 마냥 미워하는 건 결코 이 시대를 배겨내는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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