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식을 오랫동안 갖고 있던 사람들은 지난해 1월을 잊지 못할 겁니다.
만들어진 지 2년도 되지 않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챗GPT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진 AI 모델 R1을 내놓은 겁니다.
딥시크의 R1은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비유되며 미국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딥시크는 가성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딥시크는 R1 개발 비용이 오픈AI가 쏟는 돈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중국의 '기술 자립'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었습니다.
딥시크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즉 '칩'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형 칩을 활용해 R1을 개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지난해 1월) : 중국 기업의 딥시크 AI 출시는 우리 산업계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되어야 합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욱 철저히 집중해야 합니다.]
중국 기업이 스스로, 그리고 더 적은 돈을 써서 미국 기업과 대등하거나 더 뛰어난 AI를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우려가 시장을 뒤덮었고,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에만 17% 폭락하면서 84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날아갔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두 배를 훌쩍 넘는 돈이 하루 만에 증발한 겁니다.
딥시크가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돌파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극한의 효율화 전략이었습니다.
딥시크는 R1의 뼈대가 되는 V3 모델을 개발하며 겪었던 문제들을 지난해 5월 공개한 논문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다음 단계의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을 시도할수록 칩과 칩 사이의 데이터 통신 속도가 점점 더 큰 부담이 되며 발목을 잡았고, 고대역폭 메모리의 용량이 부족해 연산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학습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딥시크는 꼭 필요한 연산 장치만 활성화해 통신 속도를 높였고 데이터를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최신 칩이 없다는 하드웨어의 열세를 소프트웨어를 쥐어짜 극복한 겁니다.
[셸리 팔머/시러큐스대 교수 : 놀라운 건 (미국에서처럼) AI 모델 훈련에 몇 달씩 걸리고 수억 달러가 드는 대신, 훈련에 2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들었다는 겁니다. 회사가 밝힌 대로라면 말이죠.]
이후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최신 버전인 V3.2를 공개하며 "자체 평가 결과 GPT-5와 제미나이 프로3에 근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엔 논문을 통해 연산 과정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mHC'란 기술과 고대역폭 메모리의 용량 문제를 완화하는 'Engram' 기술을 잇따라 공개했습니다.
그렇다면, 딥시크의 차세대 모델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 딥시크가 중국의 설 연휴인 춘제 전후로 차세대 모델인 V4를 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코딩 성능에서 V4가 챗GPT나 클로드보다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진 않을 거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딥시크가 차세대 모델 개발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딥시크는 지난해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면서 화웨이 같은 중국산 칩을 사용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다시 엔비디아 칩을 쓰면서 진전을 보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더욱 높아진 하드웨어의 '벽'을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제제로 첨단 칩 확보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칩과 미국 칩의 성능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고,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을 따라잡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베스트셀러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역시 배런스에 쓴 기고문에서 "딥시크가 지난해 12월 V3.2 모델을 공개하며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뚜렷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중국 AI 기업들도 입을 모아 더 좋은 칩이 없다면 미국을 이기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습니다.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의 창업자 탕제는 "격차는 오히려 더 벌이지고 있는지 모른다"며 "직면한 도전과 격차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원' 개발 총괄인 저스틴 린은 3년에서 5년 안에 중국 기업이 오픈AI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얼마냐는 질문에 "20% 이하"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미국이 엔비디아의 H200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이미 공개된 최신 칩 블랙웰과 출시 예정인 루빈은 구할 수 없는 만큼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습니다.
이제 중국 AI 산업은 효율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 대신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거라고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범용인공지능이라는 하나의 결승선만 보고 달리는 마라톤을 뛰고 있다면 중국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 수많은 시장과 산업에 진출하는 '10종 경기'를 뛰게 될 거란 뜻입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 산하 AI 표준혁신센터는 보고서에서 "점점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오픈소스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중국 AI 산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중국 AI 기업들이 값싼 오픈소스 AI를 앞세워 아프리카와 같은 서구권 바깥의 신흥 시장에서 미국 AI 기업들을 앞서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 기업보다 더 나은 칩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미국 기업들이 오픈소스 AI 시장을 중국에 내줄지도 모른다고 일찌감치 경고했습니다.
AI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보편화되는 시대입니다.
'최고의 칩'을 독점하는 전략과 '모두의 칩'을 장악하는 전략, 어느 전략이 AI 산업의 패권을 쥐는 열쇠가 될지가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취재: 김진우 / 영상편집: 나홍희 / 디자인: 육도현 / 화면제공: 유튜브 'CNN', DealStreetAsia / 제작: 디지털뉴스부)
[글로벌인사이트] 엔비디아 840조 날렸던 딥시크 근황…"일단 살자" 1위 포기? 무서운 생존법
입력 2026.02.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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