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입장과도 모순…왜 조기 총선 승부수 던졌나
▶ "국회 해산, 다음 달 조기 총선" 다카이치 승부수 통할까 (SBS 8뉴스, 2026.01.19.)
이날 기자회견을 보면서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어서 정리해 볼까 합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 결심을 굳혔다는 건 이미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끝난 지난 14일 알려졌습니다. 도쿄로 돌아온 직후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과 연립 파트너인 일본 유신회 대표와 만나 자신의 결심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세한 내용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카이치의 기자회견은 이미 조기 총선 실시라는 결론이 정해진, 예고된 이벤트임에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번 조기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회견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국회를 해산하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총리에게 해산권이 있는 일본에서 중간 해산과 조기 총선은 잦은 일이지만, 4월부터 시작하는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1월에 국회를 해산하는 건 극히 이례적입니다. 특히 2월 총선은 1990년 이후 36년 만입니다. 그간 역대 총리들이 이때 국회를 해산하지 않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선거로 내년도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민생 예산 처리를 당리당략 때문에 미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민당 내에서도 국회 해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후 '고물가 대책에 전력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국회 해산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선거에서도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다카이치의 입'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회견 처음부터 "총리직 걸겠다"…숨은 프레이밍 전략
회견장에 들어선 다카이치 총리의 얼굴엔 한일 정상회담장에서 보였던 부드러운 표정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기로 결단했다고 밝힌 뒤 바로 "다카이치 사나에가 내각총리대신으로 적합한지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 주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당이 아니라 '총리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새로 정의한 것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여러 번 이 말을 반복하며 "저 자신도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진퇴를 걸겠습니다"라고 선언합니다. 또 "자민당과 일본 유신회가 과반수 의석을 받는다면 다카이치 총리, 그렇지 않으면 노다 총리(현 입헌민주당 대표)인지, 사이토 총리(현 공명당 대표)인지, 혹은 다른 분인지 국민 여러분께서 총리를 선택하게 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다양하게 표현했지만, 요약하자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보기 싫은 자민당은 잊어주시고, 오직 다카이치만 보고 찍어달라'는 겁니다. 조기 선거의 성격을 재규정해 유권자의 인식 틀을 바꾸고자 한 겁니다. 선거철에 자주 활용되는 전형적인 '프레이밍 전략'입니다.
그간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 해산을 결단하지 못했던 건 30% 전후에 머물고 있는 자민당의 저조한 지지율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다카이치 총리의 최근 석 달간 지지율은 70%대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만일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지지를 그대로 자민당 표로 바꿀 수만 있다면 이번 선거 승리는 불 보듯 뻔할 겁니다. 현재 연립여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전체 465석 중 233석으로 가까스로 과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고, 공명당처럼 유신회가 연립을 이탈하기라도 하면 정권 교체까지 걱정해야 하는 위태로운 숫자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직을 건다고 하면서 목표 의석수를 '연립여당으로서 과반'을 제시했지만 실제 목표는 자민당 단독 과반입니다.
선거 승리를 위한 장치는 '총리 선택 프레이밍'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언론은 기자회견 배경이 된 커튼 색상이 평소에 쓰는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우정 해산'을 단행했을 때 사용했던 색깔이라는 겁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당시 우정 민영화법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했고 이어진 총선에서 의석수를 대폭 늘렸습니다. 2005년에도 고이즈미 전 총리가 4년인 중의원 임기가 반환점을 돌지 않은 상황에서 해산했다며 다카이치 총리도 중의원 임기가 불과 1년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해산을 결정했다는 해설도 나왔습니다.
또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아베 신조 전 총리 발언도 인용했습니다. "10년 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말이 떠오른다"며 "곤란은 본래 각오한 바입니다. 그러나 '미래'는 타인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입니다"고 아베 전 총리의 발언으로 회견을 마무리했습니다. 장기 집권했던 아베 전 총리를 소환함으로써 난국을 타개하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자신과 중첩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일본 언론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로 표현할 정도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다카이치의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작용과 반작용-야권 신당 창당
다카이치 총리의 또 다른 전략은 '기습 해산'입니다. 자민당 내에서 간사장이나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준 아소 부총리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해산을 결정하고 16일이라는 최단의 선거 기간을 설정한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야당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30년 넘게 자민당의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신당을 창당해 공동 전선을 꾸린 건 놀라웠습니다.
특히 공명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24석에 불과하지만 선거에서의 조직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창가학회라는 종교단체를 지지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선거구별로 1만~2만 표를 갖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격전지에서는 그야말로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숫자입니다. 이 규모의 표가 지난 30여 년은 자민당에게 갔지만 이번엔 입헌민주당으로 향하게 됩니다. 닛케이가 지난 2024년 중의원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니 자민당에 우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자민당은 289개 소선거구 중 132곳에서 승리를 거뒀는데 공명당 표가 떨어져 나가면 약 20%에 해당하는 25개 선거구에서 당시 2위 후보에 밀리게 된다는 겁니다. 만일 현재 비례 의석이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자민당(166석)은 입헌민주당(168석)에 제1당을 넘겨주게 됩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시바 총리였고 지금은 인기가 높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를 지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 16일이라는 짧은 선거 기간 동안 '중도개혁연합'이라는 신당을 유권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지도 변수입니다. 그러나 공명당의 선택이 자민당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우익인 참정당과 보수 표를 나눠야 한다는 것도 자민당에는 좋지 않은 요소입니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100개 넘는 선거구에 후보를 낼 예정입니다.
2월 8일 운명의 날
다카이치 총리는 '웃는 외교'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현실 정치인으로서는 승부사적인 면모를 종종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해 총리 지명 투표를 앞두고 공명당이 정치자금 개혁 의지 부족을 문제 삼아 연립 이탈을 선언했을 때 다카이치는 공명당을 잡지 않고 일본유신회를 새 파트너로 빠르게 영입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습니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확실한 과반을 점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을 걸로 보입니다. 국민의 신임을 받은 만큼 보수색도 훨씬 강해질 겁니다. 반면 오히려 의석수가 줄어든다면 그간 잠잠하던 당내 반대 세력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향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될 수 있습니다. 2024년 이시바 총리는 취임 직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렀지만 과반이 무너지면서 결국 일 년 만에 사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1월 23일 중의원 해산, 1월 27일 선거 공시, 2월 8일 투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격전지가 많을 경우 다카이치가 던진 승부수의 결과는 2월 9일 새벽에 윤곽이 드러날 걸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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