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피격사건'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결심공판 출석
'서해 피격 은폐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당시 정부 판단과 발표 과정이 미흡했다면서도 형사 책임을 묻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SBS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5명에 대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700페이지에 걸쳐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단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과 관련해 북한 피격 첩보를 확인하고도 합참 등에 '보안 유지'를 지시한 뒤 '자진 월북'으로 사건을 왜곡해 발표했다는 혐의 등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해 "판단의 시기에 있어 성급하고 섣부르거나 내용에 있어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나 비판을 가할 수 있다"면서도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이 사건 초반, 이 씨가 구조됐다는 판단하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가 몇 시간 뒤 피격·소각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후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발표 내용이 허위인지를 판단할 객관적 정보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검사가 주장하는 '허위 개입'에 관한 입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망인(이대준 씨)이 실종된 이후 진행된 모든 일은 북한 해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첩보 및 대남전통문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간접정보 외에는 구체적 직접정보가 전무하다"며 "이는 당시뿐 아니라 법원의 판단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는 일관되게 '망인이 월북(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이를 발표한 것에 허위가 개입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 가치평가 내지 의견표현에 불과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인지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당국이 제한된 정보만 갖고 있다면 '월북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발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제한된 정보만 갖고 있더라도, 최대한 분석하거나 추가 정보를 모아서 공식적이고 통일된 판단(결론)을 내리고 이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상황에 대한 당국 책임자들의 판단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섣불리 형사 책임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정권별로 월북 판단이 번복된 경위에 의문점이 든다고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윤석열 정권 출범 뒤 "결국 피고인들에 대해 당시의 월북 판단 관련 절차와 내용에 위법이 있다는 전제하에 기소가 이뤄졌다"고 짚었습니다.
이 씨의 사망과 관련한 월북 판단은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의도를 인정할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 번복됐습니다.
안보실은 2022년 6월 10일 회의를 열어 이전의 월북 판단에 대한 국방부 의견을 들었는데, 당시 국방부 측은 '정보본부는 새로운 정보 및 첩보가 없기 때문에 종래 정보보고서에서 바뀐 것이 없다'는 입장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해경 역시 그때까지 수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정보나 첩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3일 뒤 인천해양경찰서장은 '망인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며 이전 월북 판단을 번복하는 발표를 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번복 발표가 이뤄진 것"이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다시 정권이 바뀐 지난해 6월에는 국정원이 특별감사를 개시했고, '종래의 2022년 특별감찰 등 내부조사 및 이에 따른 기소가 부당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 씨가 북한군에 발견됐을 당시 상태를 담은 보고 문건도 기재됐습니다.
해경이 2020년 9월 22일 밤 10시쯤 국정원으로부터 특수첩보 상황을 받아 작성한 문건에는 '이 씨가 눈 밑이 검게 변하고 생명의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기록이 적혔습니다.
이 씨가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구체적인 정황도 함께 담겼습니다.
2022년 9월 22일 밤 9시 30분쯤부터 10시쯤까지 첩보에 따르면 북한군 지휘부와 현장 경비정은 "우리 (표류자) 잡아서 대충 묶었다", "빨리 7.62㎜(기관총) 하라고 한다", "직접 해서 수장시키라는가. 직접 해서 완전 저거(표류자) 없애버리라는 소리지", "지금 총동원해서 (소독) 깨끗이 하고 있다"는 등의 대화가 오갔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군과 국정원은 첩보 내용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후 관련 자료는 '보안 유지'를 이유로 지시에 따라 삭제됐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삭제 지시가 사건 은폐를 위해서가 아닌 첩보 보호를 위한 보안 조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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