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취재파일

이혜훈 없이 열린 인사청문회…검증 시스템은 문제없나? [이브닝 브리핑]

이혜훈 없이 열린 인사청문회…검증 시스템은 문제없나? [이브닝 브리핑]
오늘 이브닝브리핑은 '1일 1의혹', 논란의 중심에 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8일 '통합과 실용'을 내건 이재명 대통령의 전격적인 지명 이후 20일 넘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말그대로 '십자포화'를 받아온 후보자입니다. "이 후보자는 청문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 vs "야당의 청문회 거부는 국회 책임 포기" 두 주장이 맞선 가운데 청문회가 예정됐던 오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의가 일단 진행됐습니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파행

전운 감돈 청문회, 멈춰버린 시계

오전 10시, 국회 재경위 회의장. 이혜훈 후보자 자리는 비워둔 채 여야 의원들 사이 청문회 진행 조건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전날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청문회 보이콧을 경고했던 국민의힘은 청문회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몰아쳤습니다. 국민의힘 간사 박수영 의원은 "여야가 약속한 지난 15일까지 제출된 자료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며, 특히 강남 고가 아파트 청약과 아들 관련 증여세 자료는 검증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 "2011년 배우자가 장남과 차남에게 증여한 현금에 대한 증여세를 가족이 대신 납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왜 금융거래 내역을 내지 않습니까? 2016년과 21년에 할머니가 후보자 세 아들에게 정의한 KSM 비상장 주식 31억 상당인데, 구체적으로 연도별로 얼마나 배당이 됐는지 증여세 자금은 누가 냈는지 가족 간 금융거래를 통해서 낸 것 아닌지 수많은 자료를 요구했는데, 하나도 안 내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 본인의 검찰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을 제기했던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의 목소리는 더 컸습니다. "낙마를 해도 백번도 더 했어야할 후보자에 대해 허술한 자료로 그냥 면죄부를 주는 청문회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 "지금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혜훈 후보자는 장관직보다 100억 대에 이른다 90억 대에 이른다라고 하는 원펜타스 집을 지키겠다라고 아직까지 그러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한테 저희가 시간 낭비해 가면서 청문회를 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가치가 있겠는가"

최소한 일정이라도 조정해야 다시 청문회를 할 수 있다는 야당에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청문회를 하는 건 국민에 대한 국회의 책무고, 부족한 자료는 후보자에게 직접 따져 물으면 될 일이라는 겁니다. 민주당 간사 정태호 의원은 "제출된 자료가 부실하다면 구체적으로 후보에게 내놓으라고 이야기를 해야지, 막연하게 못하겠다고 하는 건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 : "제출했는데 보니까 제출 곤란한 것도 있어요. 청약 당시 제출 서류 일체 했는데, 보니까 국토부 자료가 없어요. 그래서 후보자로서는 없는데, 어떻게 제출합니까 그런 것들이 한 3건 정도 됩니다. 나머지 다 제출했어요. 부실하다라는 그 지점은 후보한테 필요한 자료를 정확하게 요구를 하시는 그 절차가 진행이 돼야 그다음에 뭔가를 우리가 얘기를 할 수가 있는 거잖아요."

조국혁신당에선 후보자 자료 제출에 대한 민주당의 중재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좀 더 설득을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차규근 의원은 이 후보자가 아들의 사생활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부분을 빗대 '제설기 부모'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 "겨울에 눈이 갑자기 내렸을 때 안전하게 차량 운행이 가능하게 끔 제설기가 먼저 앞으로 가서 눈을 다 치워 주는 거지요. 재산 증식 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장 과정 그때 그때마다 그런 역할을 한 제설기 부모라는 용어가 좀 떠올랐습니다."

'로또 청약'과 '영종도 대박'... 쏟아진 의혹과 해명들


이 후보자 관련 논란의 지점은 크게 175억원대 재산 형성 과정과 보좌진에 대한 갑질,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로또' 너머의 반칙? ... 반포 원펜타스 부정 청약 의혹

가장 뜨거운 감자는 천하람 의원이 언급했던 '래미안 원펜타스'입니다. 당첨만 되면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돼 이른바 '로또 청약'이라 불렸던 이곳에 이미 결혼한 후보자의 장남을 미혼 부양가족으로 등재해 청약 점수를 채워 '꼼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알려진 사실 관계 : 2024년 7월 후보자 가족은 서울 서초구 원펜타스 전용 137제곱미터(54평형) 청약에 당첨됐습니다. 이 타입은 8가구만 공급됐으며 경쟁률은 81대 1에 달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 아파트의 공급 가격은 36억 여원, 현재 시세는 70억원 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청약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결혼식을 올린 장남을 미혼으로 신고해 '위장 미혼'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논란 내용과 해명 : 당시 원펜타스 해당 타입의 청약 커트라인은 74점이었는데 이 후보자 가족은 무주택 기간(32점)과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에서 49점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부양가족수에서 5명(아들 3명)을 인정받아 35점을 채워 턱걸이로 당첨됐습니다. 이 후보자는 "장남이 혼인 신고를 안 한 지 몰랐으며 국가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겠다"고 해명했습니다.

2. 정보인가 투기인가 ... 석연치 않은 영종도 토지 매매

재산 증식 과정에서 또다른 논란은 배우자 명의의 인천 영종도 토지 거래입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에 사들인 땅을 팔아 30억원 대 차익을 거뒀다는 것으로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라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알려진 사실 관계 : 교수인 이 후보자 배우자는 2000년 1월 인천 중구 중산동의 잡종지 6,612제곱미터(약 2천 평)를 매수가 7억 5천만 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기 불과 1년 2개월 전입니다. 이 땅은 6년 뒤 한국토지공사 등에 44억 원에 매각돼 3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입니다.

논란 내용과 해명 : 당시 이 후보자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특히 매입 한달 전 이 후보자는 인천과 수도권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예타보고서를 총괄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배우자가 공항 부지 인근 땅을 사들인 것을 단순 재테크로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후보자는 "법과 절차에 따라 매각 금액이 결정됐으며 청문회에서 소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3. '금수저'의 사다리? ... 아들 논문과 주식 증여 찬스

우리 사회 공정성 논란을 관통하고 있는 이른바 부모 찬스 여부도 검증 대상입니다. 이 후보자가 "자녀 관련 자료라 제출이 곤란하다'고 밝히면서 오늘 재경위에서 보듯 야당의 질타가 쏟아진 지점이기도 합니다.

알려진 사실 관계 : 장남이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취업할 당시 제출한 논문에 아버지인 이 후보자 배우자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 연구원 부연구위원에 지원할 때 아버지가 교신저자로 돼 있는 논문을 이력서에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세 아들 모두 할머니로부터 가족회사의 비상장주식 800주씩(각 평가액 10억 3천만원)을 증여받았습니다.

논란 내용과 해명 : 논문의 경우 전형적인 '아빠 찬스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할머니의 주식 증여 이후 증여세 등 세금을 낸 기록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개인 정보여서 자료 제출이 곤란하며 내야할 세금을 완납했다"고 밝혔습니다.

4. '합리적 보수'의 이면? ... 보좌진 갑질 및 사적 심부름 논란

이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을 직격하고 있는 갑질 폭로도 있습니다. 과거 보수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보좌진들에게 사적 심부름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입니다.

알려진 사실 관계 : 2017년 바른정당 의원 시절 보좌진의 업무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질책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녹음 파일이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너 뭐 IQ 한 자리야? 아니 도대체 몇 번을 더 얘기해야 알아듣니, 몇 번을?" "휴대전화로는 검색이 안 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너 그렇게 똥오줌을 못 가려? 보면 모르겠어?"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아들 근무지 수박 배달, 새벽 2시 아들 병원 이송 등 업무 범위를 벗어난 사적 심부름을 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논란 내용과 해명 : 장관 후보자로서 자질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후보자를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들은 국민의 머슴,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꼰대가 되면 안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상처받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직자 검증의 무게..강선우 의원과 오광수 민정수석

이혜훈 후보자가 향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직을 수행할지 여부와는 별도로, 지명 이후 불거진 의혹들은 고위 공직자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과 재산 증식 과정에서의 부조리, 오래전 같지만 지난해 6월과 7월 사이 비슷한 파동을 겪은 바 있습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쓰레기 분리수거, 비데 수리를 시켰다는 폭로 이후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이어지자 "성찰하며 살겠다"며 자진 사퇴했습니다. 공직자 검증 책임자로 발탁됐던 오광수 민정수석은 부인 소유의 토지를 친구 명의로 돌려놓고 15억원을 대출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낙마했습니다. 주변 사람을 상대로 한 평판 조회, 검증의 기본인 부동산 문제부터 걸러지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강선우 의원 (사진=연합뉴스)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의 쓰디쓴 경험이었지만 6, 7개월 사이 청와대 검증 시스템은 그리 날카로워지지 않은 듯 합니다. 이혜훈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 역시 강선우, 오광수 사례에서 보듯 기본 검증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사안들입니다. 수백 가지 항목의 자기 진술서를 작성하고, 경찰과 국세청의 정밀 검증을 거친다는 인사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해야만 적재적소에 최고의 인재를 배치하고, 반대 진영의 인사라도 발탁해 통합과 협치의 물꼬를 트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뉴스 그 뒷이야기 '취재파일'더보기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