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45 베끼고 포토샵하고..절반 넘게 '부정행위'
01:47 직접 환자받고 치료하는 예비 치과의사들이 대체 왜?
03:01 이례적 대규모 부정행위에도 '경징계'...선처 바란다는 탄원서도
03:39 다른 치과대학도?
치아 뿌리를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 두 장입니다. 왼쪽 사진은 치아에 마치 구멍이 난 듯 군데군데 얼룩져 있지만 오른쪽 사진은 구멍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입니다. 이 오른쪽 사진이 지난해 2학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신경치료 실습 수업 결과물로 제출된 사진입니다. 학생들이 모형 치아를 대상으로 신경치료를 진행한 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제출한 겁니다. 그런데 이 두 장의 사진 비교해보면 치아 뿌리 모양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알고 보니 깨끗하게 촬영된 이 엑스레이 사진은 촬영된 게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실습 과정에서 치아 뿌리에 기포가 들어가자 포토샵을 이용해 하얗게 칠한 겁니다. 다시 말해 실습사진 조작이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걸까요?
1. 베끼고 포토샵하고...절반 넘게 '부정행위'
해당 수업은 치과대학 본과 4학년 59명이 수강하는 임상근관치료학실습 강의였습니다. 임상, 그러니까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제 사람의 치아를 검체로 하는 근관치료를 실습하는 수업인 셈입니다. 특히 본과 4학년은 의사면허 국가고시를 앞둔 예비 치과의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을 들은 수강생 절반이 넘는 무려 34명의 학생이 부정행위를 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이 중 5명은 서로의 실습 사진을 이른바 돌려막기 식으로 베껴서 제출했고 29명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을 이용해 군데군데 구멍 나고 얼룩진 치아 사진을 하얗게 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진 속 얼룩처럼 신경치료 후 충전제 주입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그 전 단계인 내부 세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직 치과의사 : 신경관 안에 세척이 덜 됐거나 남아 있는 신경 잔사가 있거나 이런 경우에 그런 것들이 세균 배지가 돼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2.직접 환자받고 치료하는 예비 치과의사들이 대체 왜?
해당 실습 과제의 채점 방식은 패스 논 패스. 즉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서 제출만 하면 통과되는 출석 확인 방식의 실습이었습니다. 배점이 큰 과제나 시험이 아니라 무난하게 제출만 하면 통과할 수 있는 실습에서도 버젓이 부정행위가 벌어진 겁니다.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1차 진료 수준의 근관 치료 술식을 시행하고 전문의 영역에서의 진료행위를 이해해 필요시 환자를 의뢰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의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들이 단체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연세대 치대 본과 3학년과 4학년은 치과대학병원 1층 원내생 진료실에서 직접 환자를 받아 치료도 하는 신분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실습은 모형 치아를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얼마든지 환자의 치아를 대상으로도 실습할 수 있는 예비 치과의사들이라는 겁니다. 사실을 파악한 교수진은 즉각 사진 원본을 제출하고 적발된 인원은 행정실을 방문해 진술서를 쓰라고 전파했습니다. 조교는 학과 연락망을 통해 "자수하면 억울할 일 없게 하겠다. 이후에 적발되면 무조건 유급"이라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연세대 치과대학 관계자 : 인식이 좀 덜했던 것 같아요. 과제다 보니까. 일단 점수도 없다 보니까. 컨닝, 치팅, 이런 느낌보다는 잘 해보려고. 깨끗하게 보이려고….]
3. 이례적 대규모 부정행위에도 '경징계'…선처 바란다는 탄원서도
결국 서로의 실습사진을 베껴 제출한 5명은 근신 2주, 포토샵으로 조작한 29명은 봉사활동 20시간 처분을 받았습니다. 근신 같은 경우엔 학생부 기록이 남게 되긴 하지만 이례적인 대규모 부정행위임에도 유급 수준의 징계가 아닌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겁니다.실제로 59명의 본과 4학년생들이 이번 대규모 부정행위 사태에 연루된 34명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도 제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연세대 치과대학 측은 자진 신고로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해 지난달 2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조치를 취했다면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문직 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 다른 치과대학도?
다른 학교 치과대학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24년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에서도 본과 4학년 학생 41명이 임상실습 과목에서 참석 확인 서명을 위조했다가 적발돼 전원 F학점으로 유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의과대학 사례까지 살펴보면 2023년 부산, 울산, 경남지역 5개 대학 의대생 무려 448명이 집단적으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의사면허 국가고시 실기시험 문제를 유출하고 공유해 이중 일부가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습니다. 환자의 치아와 구강건강을 직접 책임질 예비 치과의사들의 부정행위대학들은 윤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치과대학 내부에서 일어난 부정행위는 최대 유급 또는 그 이하의 근신이나 봉사활동 처분에 그치는 상황이라 징계가 약해서 학생들이 쉽게 부정행위를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의료진의 윤리 의식이 더욱 엄중한 만큼 강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부정행위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취재 : 권민규,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조창현, 영상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무서워서 치과 가겠나"…연세대 예비 치과의사들의 위험한 '부정행위'
입력 2026.01.14 17:37
수정 2026.01.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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