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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브리핑] 김병기, 제명 결정에 '재심' 청구…"꽃은 아름다운 순간에 물러나"

[이브닝 브리핑] 김병기, 제명 결정에 '재심' 청구…"꽃은 아름다운 순간에 물러나"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공천 헌금 수수 등 각종 비리 의혹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김병기 의원에 대해 '제명'을 의결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윤리심판원에 신속한 징계를 요청한 지 11일 만입니다. 제명 의결 소식을 접한 김 의원은 강력히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내일 최고위원회의 보고와 모레 의원총회 표결을 통해 '제명'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김 의원이 재심 신청 의사를 밝혀 최고위와 의총은 연기되었습니다.

김병기 윤리심판원 출석1

대한항공 숙박권·쿠팡 고가 식사 등 제명 사유...상당수 의혹 "징계 시효 지났다"

어제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는 9시간 가량 진행돼 밤 11시가 넘어 종료됐습니다. 김병기 의원은 직접 출석해 5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소명했는데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의원이 퇴장한 이후 4시간 동안 회의를 이어간 심판원은 결국 최고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습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시효 완성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병기 의원은 현재 10여 가지 혐의로 고발 당한 상태입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지방의원들에게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차남의 숭실대 편입 특혜, 취업 영향력 행사 의혹, 대한항공으로부터 무상으로 숙박권을 제공받은 혐의, 쿠팡 관계자와의 고가 식사,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과 금품 수수 의혹까지, 수사 중인 비위 의혹 대부분이 윤리심판원의 징계 심사 대상이 됐습니다. 김 의원은 소명 과정에서 징계 시효 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년 이전에 벌어진 일로는 징계할 수 없다는 당규를 내세운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당규 제7호(윤리심판원규정) 제17조>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징계하지 못한다. 다만, 성범죄의 경우 징계시효를 두지 아니하며, 기타 성비위의 경우 징계시효를 5년으로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김 의원이 받는 혐의의 상당수가 징계 사유에서 제외됩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 의원 2명이 김 의원의 배우자와 측근에게 각각 1,000만원과 2,000만원을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의혹은 6년이 지난 일입니다. 또 최근 녹취록 공개로 드러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선우 의원 측이 김경 서울시 의원에게 1억 원을 수수한 사실을 듣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역시 징계 시효가 지났습니다. 김 의원의 배우자가 동작구 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은 2022년 7~9월의 일이고, 2023년 3월에 숭실대 계약학과에 편입한 차남 관련 각종 청탁 의혹도 3년 범위를 벗어납니다. (그러나 여러 의혹들이 최근 고발로 재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징계 사유가 소멸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동수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제명'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벌어진 대한항공 무료 숙박권 사용과 국감 피감기관인 쿠팡 관계자와의 고가 식사 등 비위만으로도 '제명'에 이를 만큼 충분히 비도덕적이며 당에 큰 피해를 끼쳤다는 설명입니다.
<한동수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징계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수 개의 징계 사유만으로 제명 처분에 해당한다는 심의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보도된 대로 대한항공, 쿠팡 (사건) 등이 포함됐습니다. (공천헌금 관련해서는) 일부 징계 시효가 완성된 부분이 있고 완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김병기, 즉각 재심 청구 의사..."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뭐냐"

김병기 의원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이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명 처분 의결 직후 SNS에 글을 올려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종적으로 제명이 확정되면 5년 내 복당이 불가능하고 2028년 총선에서도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습니다. 김 의원에게는 정치 생명이 걸린 셈입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 SNS 中>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습니다.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 달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습니까?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뭡니까?"

정청래 대표 회의
김 의원이 징계 수위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해 네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민주당은 김 의원이 윤리심판원 결정에 승복할 것으로 보고 내일 최고위원회와 모레 의원총회를 개최해 사안을 매듭지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 길게는 두 달 가까이 악재가 이어지게 됐습니다. 민주당 당규는 징계송달문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면 7일 이내에 재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윤리심판원은 재심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최고위와 의총을 거쳐 징계 확정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여론 악화와 지방선거 영향을 감안해 당 지도부가 결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권한인 '비상징계권'을 행사해 제명을 확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김 의원이 자진탈당하지 않는 한 동료들이 참여하는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정당법과 당헌·당규에 따르면 의원의 당적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원총회를 통해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빚어질 진통은 또 다른 후폭풍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의식해 내부에서도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 SNS 中>
"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스스로 물러날 줄 알기에 다음 계절을 망치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임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정치의 품격입니다."

김병기 출석2

이춘석·강선우 이어 또 '제명' 악몽..."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스스로 물러나"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의원이 재심 신청을 하더라도 윤리심판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주일 안에 최대한 빨리 심리 절차를 끝낼 것이고, 그 기간 정청래 대표도 비상징계권을 발동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CBS라디오 출연 中>
"재심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다음주 정도면 의원총회 절차까지 가지 않겠나..재심 청구는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고, 정치적인 결정은 났다고 판단"

특검 공조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강제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차이를 넘어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문구를 내건 회동 장소에서 두 사람은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가 미진할 경우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 논평>
"민주당이 제명으로 선을 긋는 순간, 그것은 사실상 증거 인멸의 출발선에 서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잘라내면 끝난다는 계산은 통하지 않습니다..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진실 규명입니다."

좌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강선우, 김병기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앞서 국회의원 두 명이 제명되었습니다. 이춘석, 강선우 의원입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역시 받고 있는 의혹의 크기와 엄중함으로 볼 때, 시간의 문제일 뿐 '제명' 처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문제는 당에서 쫓겨나게 된 세 사람이 존재감 약한 '일개 의원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춘석 의원은 법사위원장까지 지낸 중진이고, 강선우 의원은 장관직에 추천되었으며, 김병기 의원은 원내에서 의원들을 이끄는 수장이었습니다. 물론 제명 과정은 다릅니다. 지난해 8월 제명된 이춘석 의원은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포착돼 문제가 됐습니다. 시세 차익은 물론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얻은 미공개 내부 정보를 투자에 이용한 것 아니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올 1월에 제명된 강선우 의원은 김병기 의원과의 대화 녹취가 결정타가 됐습니다. 김경 시의원에게 1억 원을 받았다는 육성이 공개되자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탈당계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두 사람 모두 '징계를 피하려는 탈당'으로 간주하고 당규에 따라 제명을 결정했습니다. 자진탈당을 거부하고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김병기 의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정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잇따라 제명되는 사태는 우리 정당사에서 찾아 보기 힘든 흑역사로 남게 됐습니다.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가 그제 귀국한 김경 민주당 서울시 의원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내일 경찰의 2차 소환에 응한 김경 의원이 공천 헌금 전달 배경에 대해 상세히 진술하고, 그에 따라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된다면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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