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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최전방 배치·자살 작전 강요…러시아군 비리 공개

암환자 최전방 배치·자살 작전 강요…러시아군 비리 공개
▲ 러시아군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전사 위험이 큰 작전 투입에서 제외되고 싶으면 뇌물을 바치라고 병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또 증거 인멸을 위해 비위 사실을 아는 병사들을 자살 공격 작전에 투입하거나 이들을 사살하라고 명령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현지시간 1일 러시아 인권위원회가 실수로 온라인에 공개했던 민원서류에서 드러난 군인들과 그 가족들의 민원 문서들에 담긴 인권침해와 비위실태 등을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팔다리 골절, 암 4기, 뇌전증, 심각한 시력 및 청력 손상, 두부 외상, 조현병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최전방으로 보내졌습니다.

한 러시아군 병사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크레미나 근처에서 동료 병사와 자신이 수갑이 채워져 나무에 나흘간 묶여 있을 당시 모습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해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사수 중인 지역에 가서 러시아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 오라는 자살 공격 작전에 참가할 수 없다고 했다는 이유로 이런 벌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병사는 러시아 보안당국에 연줄이 있는 친척 덕택에 가까스로 석방됐으며 현재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다툼을 벌이며 부대 복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18세 병사는 "내가 만약에 하루 이틀 안에 연락이 안 되면 영상을 공개해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찍은 본인의 영상을 전투 투입 직전인 지난해 3월 엄마에게 보냈습니다.

그는 엄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지휘관 2명이 뇌물 수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자신을 고의로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병사는 영상 발송 후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 공식적으로 실종자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병사의 엄마는 지휘관들을 상대로 살인 혐의 수사를 개시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했지만, 아들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개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지휘관들이 이런 방식으로 입막음과 증거 인멸을 위해 자살 공격 작전에 특정병사를 고의로 투입하거나 동료 병사들에게 명령해서 죽여 버리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이를 가리키는 데에 '옵눌레니예', 즉 '0으로 맞추기'라는 표현이 쓰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확보한 러시아 인권위원회 유출 문서 가운데 1천500여 건이 군 관련이었으며, 신문은 사실 확인을 위해 민원인 240여 명을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의에 답하지 않거나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접촉 대상 중 75명은 민원 접수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 가운데 수십 명은 취재 요청에 응했습니다.

일부는 영상, 사진, 녹음 파일, 문자메시지, 진단서, 법원 서류, 군 내부 서류 등 증빙자료도 제시했습니다.

민원인의 신원은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그리고 공개돼 있는 정보와 대조해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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