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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테러' 여경 논란? 살펴보니… [사실은]

'시드니 테러' 여경 논란? 살펴보니… [사실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5일,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기 테러는 전세계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모두 16명이 숨졌습니다. 지난 1996년 총기 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진 이후, 30년 만에 발생한 호주 최악의 총격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본다이 비치에서는 유대인 축제인 하누카(Hanukkah)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용의자는 인도계인 사지드 아크람, 나비드 아크람 부자였습니다. 아버지 사지드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아들 나비드는 중상을 입고 체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 해변 총격범, 본다이 테러 범인들

호주 당국은 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 IS의 영향을 받은 걸로 보고 있습니다. IS는 최근 자신들의 선전 매체를 통해 "자랑스러운 일(source of pride)"이라고 표현하며 찬양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허위 조작 정보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테러 이후, SNS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진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확산을 막기 위해 'FAKE' 워터마크를 넣었습니다.

호주 총격 테러 허위정보 가짜뉴스

"시드니에서 분노 폭발 : 목격자들이 본다이 비치 테러 공격 당시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인 여경 2명을 목격자들이 맹비난"이라는 내용과 사진입니다. 사진을 보면, 여성 경찰관이 두 팔을 올리고 멈춰선 듯한 모습인데, 즉, 여경이 테러범이 무서워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사진이 퍼져 나가면서 성 차별적인 반응이 쏟아졌고, "여경은 이런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female cops do not cut it)는 말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언론사 보도 사진을 일부분만 잘라 퍼 나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원본 사진을 보면, 이 여경이 두 손을 올려 보행자들에게 빨리 자리를 피하라며 재촉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현지 언론의 팩트체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호주 시드니 테러 허위정보 가짜뉴스
호주 전문 사진매체 백그리드의 원본 사진.

그간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여경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는 허위 정보로 판명난 건이 여럿 있었는데, 이번 시드니 테러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SNS 상에서는 호주의 뱅크스타운 지역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영상이 퍼졌습니다. 역시 'FAKE'가 적힌 워터마크를 넣었습니다.

호주 총격 테러 허위정보 가짜뉴스

영상에는 "우리가 받아준 사람들이, 이제 뱅크스타운에서 불꽃놀이를 하며 우리 유대인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을 축하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즉,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시드니 테러를 축하하며 폭죽을 터트리고 모습이란 겁니다. 이 SNS 이용자는 "경찰은 왜 이들을 체포하지 않는가?"라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모든 무슬림을 추방하라"는 격한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 알고 보니 한 단체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획한 불꽃놀이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뱅크스타운 지역에서는 딱 한 건의 불꽃놀이 행사가 예정돼 있었고, 이 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총격 테러 허위정보 가짜뉴스
호주의 한 단체가 만든 불꽃놀이 홍보 포스터

허위 게시물이 올라온 뒤, 지역 주민들이 해당 영상이 거짓이라는 걸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시작하면서 허위 조작 정보임이 드러났습니다. 한 주민이 쓴 다음과 같은 댓글이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증오를 조장하려고 고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건 정말 역겨운 짓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
"Purposefully sharing misinformation to spark hate is disgusting.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f."

총격범 나비드 아크람의 사진을 이용한 허위 정보도 있었습니다. 아크람 부자는 범행 한 달 전, 필리핀으로 건너가 군사 훈련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나비드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야외 카페에서 인도 대사관 관계자와 만나고 있는 사진이 유포된 겁니다.

호주 총격 테러 허위정보 가짜뉴스

총격범 나비드와 만나고 있는 사람은 필리핀 주재 인도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방무관 찬드라 칸트 코타리 대위였습니다. 이번 테러가 인도 당국과 연관됐다는 소문으로 확산됐습니다. 코타리 대위는 실제 필리핀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팩트체크 기관 검증 결과, 구글의 AI 도구로 만들어진 조작 사진으로 밝혀졌습니다. 배경의 자동차, 사진에 나온 치킨 브랜드의 글자 크기 등이 실제와 달랐습니다. AFP는 "AI 생성 콘텐츠 에서 흔히 나타나는 시각적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고 썼습니다.

시드니 해변 총기 난사 사건

대형 테러가 발생하면 공동체 구성원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감은 허위 정보를 만들어 내고, 그 허위 정보는 다시금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누군가는 단순한 재미 때문에, 혹은 정치적 의도 때문에 허위 정보를 만들지만, 결국 그 대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시 치러야 하는 비용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들 허위 정보가 언론과 SNS 이용자들의 자정 작용을 통해 규명됐다는 점입니다. 규제 기관이 직접 나서 적발하고 처벌하는 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정보 치안 기능이 가능했습니다. 

당장 우리와 상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허위 조작 정보가 유통되고 규명되는 메커니즘은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황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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