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올해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첫 임기 당시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을 성사시켰던 트럼프였기에,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그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정상 간 만남이라는 극적인 방식으로 다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위험(?)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김정은이 핵보유국'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이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김정은과 관계를 재구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도 반복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김정은은 처음에는 핵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트럼프와의 대화에 관심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열린 의사를 표출했습니다.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북미 정상 회동의 주요한 계기로 부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만큼 이를 계기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입니다. 2019년 트럼프의 SNS 메시지 이후 단 하루 만에 만남이 성사된 전례가 있었던 만큼, 북미 정상 만남은 관련 절차보다는 그야말로 두 정상의 결단에 달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만남은 무산됐습니다. 북한은 막판까지 북미 회동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회동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1주일 전쯤부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보도하는 등 북미 정상 회동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동이 불발된 뒤에도 "우리는 돌아올 것이며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2026년의 새해가 밝습니다.
내년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주목

2026년 북미 대화의 중요한 계기로 거론되는 것은 4월에 베이징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의지를 여전히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아시아로 오는 만큼 북미 정상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내년을 넘기면 내후년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로 접어듭니다. 내년까지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트럼프 2기 북미 대화의 가능성 자체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2기라는 호기를 그냥 흘려보낼 것이냐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북미 정상 회동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도 있습니다.
우선, 내년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북미 정상 만남은 올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만남에 비해 더 번거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차피 한국에 오는 만큼 이를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나면 됐지만, 내년 4월의 경우 북미 정상회동이 가능하려면 김정은이 일부러 베이징에 가든지 트럼프가 일부러 한국을 다시 방문해야 합니다. 북미 정상 중 한쪽이 별도의 해외 순방 일정을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북미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입니다.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국제정치적으로 큰 이벤트임에는 분명하지만, 실무협의 없이 이뤄지는 정상 간 만남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북미 정상 만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의는 양국 간 실무협의를 재개하는 것일 텐데,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같은 해 10월 이뤄진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습니다.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실무협상을 재개한다고 해서 성과가 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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