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 상앙이 진나라에서 법치 체계를 구축하려고 고군분투할 때의 일입니다. 전면적 변법(개혁)에 나섰지만 귀족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에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이때 진나라의 태자(훗날 혜문왕)가 상앙의 법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자칫 개혁이 무력화될 수 있던 위기였지만 상앙은 이를 역이용했습니다. '법 앞에 위아래가 없다'며 태자의 처벌에 나선 것입니다. 차기 권력인 만큼 직접 처벌할 수 없었고 대신 '태자를 잘못 가르쳤다'며 그 스승들에게 가혹한 형벌이 가해집니다. 종실 어른이자 태자의 큰 스승이었던 태부 공자 건에게는 코를 베는 형벌인 의형을, 태자를 직접 가르쳤던 태사 공손 가는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묵형에 처해졌습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이후 진나라에서는 길에 돈이 떨어져있어도 아무도 주워 가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시는 대로 이런 강력한 법치를 바탕으로 진나라는 비약적으로 국력을 키웠고 결국 중국 천하를 통일합니다.

식사, 숙박권, 의료 특혜…잇단 비위 의혹에 리더십 '흔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에 소속돼 있을 때 피감기관 중 하나인 대한항공으로부터 최고급 숙소 2박 숙박권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조식까지 포함된 이 숙박권 가격은 16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2인 조식 포함 하루 30만원 초중반 가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며 해당 금액만큼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최근 쿠팡의 박대준 당시 대표로부터 호텔 식당에서 비싼 식사를 접대 받은 정황도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김 원내대표의 아내와 자녀 등이 지역구 내 한 종합병원에서 대기 없이 진료를 받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해당 병원과 관련된 공약도 발표했던 만큼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해상충의 여지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서 장남의 국정원 취업 과정에 김 원내대표 가족이 국정원에 청탁 전화를 했다는 의혹, 차남의 대학 편입 과정에 김 원내대표가 직접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 등도 불거졌습니다. 건수도 적지 않지만 비위 의혹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의혹 곳곳에 '특권의식'이 배어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병기, '메신저가 문제'라며 반격
김병기 원내대표는 어제(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불거진 의혹의 제보자를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지만 "과거 함께 일했던 전직 보좌관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의도적으로 사실과 왜곡, 허위를 섞어서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여의도 맛도리'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본도 함께 게시했습니다. 전직 보좌진 6명이 자신을 제외하고 만든 해당 대화방에서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찰해 성희롱했으며, 차마 입에 담긴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해당 직원들을 직권면직했는데 이후 관계가 틀어진 이들이 과거 신뢰를 근거로 했던 부탁과 배려를 왜곡해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의혹의 메시지와 별개로 메신저의 의도가 불순하다며 반박에 나선 셈입니다. 악질적인 제보인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함의가 깔렸습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지지를 요청하며 올린 김 원내대표의 글에도 응원 메시지가 여러 개 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민주당 내에서는 여론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정청래 "심각하게 본다"…고민 끝 대응은?
당 원내사령탑 관련 의혹에 침묵하던 정청래 대표가 결국 오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김 원내대표 관련 질문을 받자 "이 사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가 어제 전화해 국민과 당원들, 그리고 자신에게 송구하단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대신 사과도 했습니다.
앞서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안을) 굉장히 중하게 보고 있다"며 "국민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 가능성에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메시지일 것"이라며 결론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 대표까지 나서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은 그만큼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이어지는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는 대신 이른바 '메신저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보좌관과의 갈등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그러진 잣대'로는 개혁은 '難望'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김 원내대표 문제가 당내 역학 구도로 인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여권내 지지층이 일치하지 않는 점 때문입니다. 이미 정과 김 투톱은 한 차례 갈등설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 수뇌부가 강하게 김 원내대표에게 거취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자칫 당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어 보입니다. 정 대표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면서도 '김 원내대표가 며칠 내 정리된 입장을 밝힌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당내 사정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게다가 정 대표가 상대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장경태 의원의 '성희롱 의혹'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던 전례도 이 문제를 엄중하게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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