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우크라이나 공습 재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확대로 전력망이 파괴되면서 올해 유난히 춥고 어두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습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네 번째 겨울을 맞은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몇 시간씩 이어지는 계획 정전에 익숙하지만 올겨울은 상황이 다릅니다.
러시아가 과거 어느 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작년 겨울에는 대규모 공격이라고 해도 드론과 미사일 약 100기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한 번에 500기를 보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러시아는 미사일과 장거리 드론 5천기 이상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했으며, 상당수가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했습니다.
그러면서 곳곳의 수력·화력 발전소가 손상되거나 파괴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 공격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발전소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업체 DTEK의 막심 팀첸코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번 겨울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수도 키이우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정전이 일상이 됐으며, 며칠씩 완전한 암흑 상태에 빠지는 지역도 있습니다.
특히 자체 발전시설이 거의 없어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 남부 오데사 지역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오데사 주민 올렉산드라 마주르(23)는 이달 초 나흘 연속 빛도, 난방도, 수도 공급도 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러시아의 공습에 지역 전체가 정전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작년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축하할 기분이 전혀 아니다"라며 "크리스마스나 새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지역 항구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컨테이너를 하역하지 못해 화물이 부패하고 있다고 한 물류 근로자는 전했습니다.
미콜라 콜리스니크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차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새로운 전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국가 전력망 변전소뿐 아니라 지역 에너지 회사 시설까지 공격해 불안을 조성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콜리스니크 차관은 "그들(러시아)은 나라 전체를 암흑에 빠뜨릴 수는 없다"며 "그래서 지역 단위의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 '에너지산업연구소'의 올렉산드르 하르첸코 소장도 "러시아는 오데사를 국가 전력망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고압 변전소뿐 아니라 배전 변전소까지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규모 공격이 발생하면 그 지역은 이후 4∼5일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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