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양아치들의 연애, 순도는 의심하지 말라 [스프]

[주즐레]
주즐레(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불량연애

넷플릭스 '불량 연애', 불량식품 같은 끊을 수 없는 매력
범죄 미화·모방 심리 vs 어두운 과거 숨기지 않은 솔직함


승마 데이트를 즐기는 두 남녀. 달콤한 사랑의 언어로 상대의 환심을 사야 하는 순간이다. 이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온다.

"체포된 적 있어?"
"응. 외국에서"

남자의 밑도 끝도 없는 호기심이 어이없어 놀라고, 여자의 반응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넷플릭스가 기상천외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정확히는 넷플릭스 재팬, 파격적인 테마의 '연프'로 도파민 터지는 재미를 선사한다. 자칭 '불량배'들의 연애를 담은 '불량 연애(Badly in Love)'다.

'불량 연애'는 일본 최초의 불량배 순애 리얼리티 쇼를 표방한다. 사회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11인의 남녀가 14일간 공동생활을 하면서 진짜 사랑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쇼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여느 연애 프로그램처럼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해 사랑을 찾는다. 다만 이들의 이력이 남다를 뿐이다. 그래서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희한한 재미가 발생한다.
불량연애


야쿠자·폭주족·호스트, 불량했던 과거?…사랑 찾으러 나왔다
11명의 출연자는 하나같이 자신을 '양키'(Yankee: 백인 비하 표현이지만 일본에서는 양아치, 일진 등을 가리키는 속어로 사용됨)라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소년원 출신, 전직 야쿠자, 10대 시절 강간 피해 등 어두웠던 과거와 부끄러웠던 만행, 잊히지 않은 상처에 대해 고백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현재는 과거를 청산하고 바 경영(츠짱), 목수(밀크), 래퍼(얀보), 분재업자(태클), 도배공(베이비), 메이크업 강사(키짱)와 같은 합법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만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범상치 않다. 온몸을 휘감은 이레즈미 문신, 화려한 패션과 화장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뽐낸다.

개성 강한 인물들을 한데 모아 놓으니 아슬아슬한 상황도 속출한다. 전직 폭주족인 츠짱은 밀크와의 첫 대면에서 신경전을 벌이다 배치기까지 한다.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보안 요원은 엉겨 붙은 두 사람을 떼어놓으며 "그만해. 여기 사랑 찾으러 왔잖아"라고 소리친다. 두 사람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서로에게 사과한다. 전직 불량배라지만 인정과 사과에는 주저함이 없다.
불량연애

'센 캐'라고 해서 사랑까지 그렇지는 않다. 호스티스만 만나 왔다는 니세이도, 모태 솔로처럼 보이는 밀크도 좋아하는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해 연애편지를 쓰고, 데이트권을 따기 위해 손뼉 밀치기 게임에 군말 없이 나선다. 거칠고 외로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내 편' 한 명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다.

이들의 사랑엔 계산이 없다. '나는 솔로', '하트 시그널', '솔로지옥' 등과 같은 국내 연애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 외모, 나이, 직업, 재력 등 이른바 조건을 따져보고 사랑을 선택하지 않는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이들의 사랑은 직진이다. 상대가 좋으면 표현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들이댄다. 밀크는 인기녀 베이비로부터 "호감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괜찮다. 오히려 경쟁심이 자극된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파격적인 이레즈미 문신과 달리 소심한 성격의 오토상은 니세이에게 육탄 공세에 가까운 유혹을 펼친 뒤 "아이를 갖고 싶다"고 뜬금 고백을 한다.

솔직하고 순수해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과거가 어둡고, 현재의 외모가 다소 무섭다고 해도 이들의 사랑까지 불량스러운 것은 아니다. '불량 연애'는 불량 식품 같은 연프다. 몸에 해로울 것 같은데 맛있어서 계속 보게 되는 흡입력이 있다.
불량연애


촬영 중 출연자 약물 의심으로 퇴출…돌발 상황도 기상천외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지만 불량배 기질은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제작진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만들어 출연자들에게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터졌다. 자칭 '전직 인텔리 야쿠자'인 얀보가 촬영 중 퇴학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 제작진은 촬영 중 얀보가 한 말을 근거로 그의 약물 복용을 의심했다.

남성 출연진들은 이미 얀보와 유대관계를 형성했고, 한 여성 출연자는 그와 막 러브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원칙에 따라 얀보를 퇴학 조치 했고, 그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여성 출연자들 사이에서 기싸움, 폭력 해프닝도 발생했다. 베이비는 전학생 아모의 쇼를 보는 도중 여러 차례 물이 튀었다는 이유로 물컵을 던졌고, 아모는 얼굴에 상해를 입었다.

이를 두고도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열어 베이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베이비는 보육원에서 자란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론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해명하며 소동을 일단락했다.
불량연애



시청자의 눈 역할 하는 패널…편견은 거두세요
'불량 연애'는 일본 연애 프로그램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테라스 하우스'의 구성과 유사하다. 카메라는 출연자들의 합숙 생활을 담고 스튜디오의 패널들은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지켜보며 훈수를 둔다.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이자 진행을 맡고 있는 메구미는 실제 불량 청소년이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눈높이 진행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요약해 나머지 두 패널의 반응을 끌어낸다. 코미디언 나가노는 즉흥적인 반응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래퍼 AK-69는 나가노와 마찬가지로 여과 없는 촌철살인을 하면서도 남녀의 연애 심리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을 보여준다.

세 패널의 합도 이 프로그램의 큰 재미다. 매 방송마다 이들 입에서 한 번씩은 나오는 말이 "이거 연애 프로그램 맞죠?"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방송인들조차 자신들이 VCR로 보고 있는 상황이 어리둥절한 것이다. 츠짱이 인터뷰 때 입은 하얀 목욕가운을 보고 AK-69는 "저 목욕가운은 무슨 조직의 보스 같아요"라고 말하고, 나가노는 "다음 장면에서 총 맞을 것 같아요"라고 반응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이들의 태도와 반응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테마의 황당함에서 시작해 인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하고, 서툰 연애를 향한 공감의 시선으로 출연자들을 응원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에게 편견과 선입견을 가졌던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고, 언젠가부터 이들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도 이상한 것이 아님을 패널들의 리액션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불량연애


미화와 갱생…재미와 불편함의 아슬아슬한 경계
'사랑'이라는 감정의 순도는 의심할 수 없고, '연애'라는 과정의 특별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불량 연애'의 화제성과 인기가 올라갈수록 생각하게 되는 우려도 있다. 범죄 미화, 모방 심리 자극 등의 후폭풍이다.

방송은 소비하는 사람에게 유무형의 영향을 끼친다. 출연자는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모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불량 연애'는 15세 관람가로 국내에 공개됐다. 외부의 영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고교생도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초반 1~2회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과거의 이력을 나열할 때 느꼈던 불편함은 일말의 우려 때문이다. 이들의 허세와 과시가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최근 국내 연예계는 마약 논란, 학교 폭력, 소년 범죄 등의 이슈로 들썩였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의견도 크게 갈렸다. '불량 연애'의 출연자들은 공교롭게도 이 이슈들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를 지나왔다.

'불량 연애'를 촬영한 공간은 학교다. 폐 학교를 개조해 남녀의 숙소를 만들고 데이트 공간을 꾸몄다. 이들이 학교에 돌아온 건 갱생이 아닌 사랑을 찾기 위해서지만, 제작진은 '사랑을 통한 갱생'이라는 테마까지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방송에서 가족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출연자의 에피소드가 공개되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