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완 '컴퓨텍스'에서 블랙웰 플랫폼을 소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미국 정부가 싱가포르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업체를 상대로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 밀반입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문제의 싱가포르 업체는 AI에 특화된 고성능 컴퓨팅 장비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 '메가스피드 인터내셔널'(이하 메가스피드)로, 미국 정부는 이 업체의 소유 구조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가스피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구매한 '큰 손'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 통제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고성능 AI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해왔습니다.
그동안 일부 중국 AI 기업들이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클라우드 업체를 통해 고급 엔비디아 칩을 '우회'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 정치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블룸버그는 회사 내부 자료와 소식통을 인용해 메가스피드가 중국의 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이 인터넷망을 통해 엔비디아 칩을 쓸 수 있도록 관련 전산 시스템을 원격 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클라우드 기업이 고객사에 엔비디아 칩을 원격 대여하는 것은 미국 당국이 통상 허용하는 조치지만, 이 역시 대중국 AI칩 통제의 빈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메가스피드는 2023년 설립된 이후 엔비디아 칩을 최소 46억 달러(약 6조 8천억 원)어치를 구매했으며, 이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AI 연산칩의 일종) 최소 13만 6천여 개를 포함하는 규모로 추정됩니다.
또 구매한 엔비디아 칩 중 절반 이상은 미국 당국이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블랙웰 기반의 최첨단 제품군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메가스피드 측이 엔비디아 칩을 중국으로 넘겼다는 증거는 현재 파악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보도와 관련해 메가스피드는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포함해 모든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경찰은 메가스피드가 자국법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습니다.
메가스피드가 주로 전산 설비를 운용하는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당국은 메가스피드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문의에 "법규 준수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고만 밝히고 그 외 개별 기업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엔비디아는 메가스피드의 데이터센터를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AI칩 밀반입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고, 자체 조사 결과 회사의 소유 구조에서도 중국 측의 지분 및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회사 내부 자료 등을 근거로 메가스피드가 중국 내 엔비디아 하드웨어 기반의 데이터센터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있다면서 회사 운영 주체와 투자 구조에 불분명한 구석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메가스피드는 중국의 게임회사 '세븐로드'(7ROAD)에서 분리된 법인으로, 2023년 11월 싱가포르 국적자가 소유한 회사에 팔렸습니다.
메가스피드는 같은 해 말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파트너사로 선정됐습니다.
이번 조사의 담당 부서인 미국 상무부의 산업·보안국은 해당 보도 내용에 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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