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방글라데시 일간지 '프로톰 알로' 건물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모습
방글라데시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를 몰아낸 학생 시위 운동의 지도자가 암살되자 전국 곳곳에서 분노한 시위대의 방화 등 폭력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현지시간 19일 싱가포르 외교부와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시위를 주도했고 최근 피격된 샤리프 오스만 하디가 싱가포르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하디가 숨진 사실을 공개하고 방글라데시 당국을 도와 그의 시신을 고국으로 송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고문(총리격)은 TV 연설에서 "그의 사망은 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나라의 행보는 공포, 테러, 또는 유혈사태로 멈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하디의 암살에 책임 있는 자들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디는 지난 12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탄 두 남성에게 총격을 당한 뒤 싱가포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주요 용의자 2명이 인도로 달아났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들의 사진을 공개하고 500만 타카, 우리 돈 약 6천5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습니다.
하디는 지난해 하시나 전 총리가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한 뒤 인도를 비판해왔으며, 내년 2월 열리는 총선에서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었습니다.
오늘 새벽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다카를 비롯한 전국에서 분노한 시위대 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암살범 처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다카에서는 시위대가 최대 벵골어 일간지 '프로톰 알로' 사옥, 최대 영문 일간지 '데일리 스타' 사옥에 각각 불을 지르는 등 최소 3건의 방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국은 화재를 진압했지만, 데일리 스타 건물에서는 기자 등 수십 명이 한때 건물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이들 매체가 인도와 결탁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시나 전 총리의 아버지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생가도 성난 시위대의 습격을 받아 불탔고, 동남부 항구도시 치타공에서는 시위대가 주방글라데시 인도 공관에 돌을 던지는 등 공격을 가했습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는 하시나 전 총리의 방글라데시 송환 문제를 놓고 최근 서로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법원은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궐석 재판에서 시위 유혈 진압에 따른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도에 그의 송환을 요청했지만, 인도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내년 2월 12일 총선을 실시하고 하시나 전 총리의 퇴진 이후 어수선한 방글라데시 국정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총선에선 칼레다 지아(80) 전 총리가 이끄는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이 승리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고령인 지아 전 총리는 현재 폐 감염으로 다카의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의 아들이자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는 타리크 라흐만은 17년 동안의 영국 망명 생활을 마치고 오는 25일 귀국할 예정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