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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파 vs 동맹파' 갈등…이 대통령의 선택은? [스프]

[이브닝 브리핑] 여권 '대북정책 주도적 역할 강화' 움직임
이브닝브리핑
오늘(19일)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관심이 쏠린 것은 최근 불거진 두 부처 간 갈등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에 내재해 온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그것이죠. 다시 노골화한 양상입니다. 중요한 우방인 미국과의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 외교와 대북정책을 풀어가야 한다는 외교부 중심의 동맹파, 미국의 간섭과 의존을 줄이고 실용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같은 민족인 남북관계도 주도적으로 해결하자는 게 자주파로 표현됩니다. 사실 현실에선 두 진영의 외교정책은 항상 혼재하면서 상황과 사안에 따라 무게중심이 바뀌는 구도로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 반년이 지나면서 남북한이 원수처럼 지내는 상황을 타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그 해법과 주도권에 대한 이견이 또 대립하면서 결국 대통령의 생각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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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한·미 회의 불참으로 갈등 표출..'워킹그룹'에 반감
'부글부글'하던 갈등이 표출된 건 지난 16일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 회의에 통일부가 공개적으로 불참하면서입니다. 통일부는 '한미 협의체 관련 입장'까지 내고 "남북대화,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입장은 결국 외교정책은 외교부가 하지만,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체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이 회의에는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양국의 수석대표로 참석했는데, 미국과 협의할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북핵문제인데, 이미 국제문제가 된 상황이라 외교정책의 대상이기도 해 대북정책과 외교를 분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당장 나왔습니다.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번 불참은 그전에 강한 조짐이 보였습니다. 지난 10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며 외교당국 간 대북정책 정례 협의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엔 '자주파'로 볼 수 있는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등 6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이런 행보의 배경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외교부가 대미 협의를 맡으면,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 외교당국 간의 워킹그룹처럼 남북교류와 협력 사업 때마다 대북제재의 저촉 여부만 따지면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우려가 매우 강합니다. 16일 회의가 이름만 다를 뿐, 참석자 구성 등 세부요소가 사실상 워킹그룹 회의의 부활이라고 본 것입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말 시작됐던 한미 고위급 상시협의체입니다. 의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과 남북협력의 균형 있는 조율을 명분으로 했지만 사실상 미국이 한국의 남북협력 시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오늘(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2019년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북한에 지원하려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약을 운송하는 트럭이 대북제재 대상이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분계선 북쪽에서 기다리던 북측 관계자들이 돌아가 무산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2020년엔 김여정 당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남측이 스스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워킹그룹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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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관계자는 "외교부 계획대로라면 한미 외교 당국 정례 협의는 '대북정책 전반'을 다루게 되는데, 이 경우 현실적으로 워킹그룹처럼 운영될 공산이 크다"며 "낮은 급의 참여도 고려했으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외교 당국 주도의 한미 협의체는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의 자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자주파 인사들의 비판입니다.


뒤에는 여권 자주파..여당 대표는 "통일부 지지" 왜?
정동영 장관은 통일부 취임 직후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필요성과 함께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라고 말했고,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통일부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최근엔 비무장지대(DMZ) 출입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허가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 출입 통제는 고유권한"이라는 이례적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 장관의 행보 배경에는 여권 내 자주파 전직 장관 그룹이 있습니다. 이들 전 장관들은 동맹파가 외교안보 실무의 중심이 되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국가안보회의 의장도 통일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다시 정 장관이 받아서 언급하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통일부 방침을 지지한다. 정동영 통일부의 정책적 선택과 결정이 옳은 방향"이라면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교수 등을 당에 영입해 한반도평화전략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당 대표로서 부처 간 갈등에 대해 통일부의 손을 분명히 들어준 셈입니다.


'트럼프 협상력' 강조한 美대사, 동맹파 '이심전심'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동맹파의 의견은 과거와 다른 지정학적 변수를 감안해 좀 더 넓은 시선에서 대북정책을 펴야한다는 쪽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이고, 북한이 러시아 파병 등의 돌출적 정책을 펴는 긴장 상황에서 한국 단독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는 시기적 실효성이 낮아, 일단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한미 관세협정과 핵 잠수함 도입 등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인 과제들을 우선 추진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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