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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트 갔다가 깜짝 놀란 이유…트럼프 잡는 '물가지옥' [스프]

[깐깐남in뉴욕] 김범주 SBS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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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을 지금 가장 괴롭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고기. 미국 하면 소고기잖아요. 항상 스테이크를 구워 먹고 고기를 먹지 않으면 못 사는 사람들인데 고깃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고 있고, 두 번째가 커피입니다. 하루 평균 3잔을 먹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는데, 매일 먹고 마시는 소고기와 커피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로 직결되고 있고요.

먼저 소고기부터 얘기해 보겠습니다. 스테이크용 소고기 가격, 1파운드당 450그램 정도 되는데 이 가격이 5년 전만 해도 8달러 정도 했었는데 지금 12달러가 넘어갔습니다. 5년 사이에 50% 이상 소고기값이 올랐어요. 물로 보면 허리쯤 물이 차 있다가 가슴팍에 왔다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하고 나서 갑자기 코 위까지 물이 올라온 겁니다. 올해 5월부터 완전히 치솟아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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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이냐? 사실은 아닙니다. 미국의 소고기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어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기르는 소 떼, 1950년대 이후로 최저입니다. 소 떼가 적으니까 당연히 소고기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의 가뭄이 굉장히 심해졌습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는 소가 먹는 풀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바짝 말라버리니까 풀이 나지도 않고 난 풀도 비실비실하고 맛도 없고, 나오는 풀을 가지고 가서 소를 먹여야 되는데 그 비용이 너무나 비싸진 거예요. 소 키우기가 힘들어진 거죠.

또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없어요. 나이 든 사람들이 소를 키우고 있는데, 안 그래도 힘든데 진짜 못 키우겠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 그런 상황이 돼 버렸어요. 그래서 농부들이 비싼 암소부터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송아지 나와야 되는 암소부터 팔았기 때문에 더 꺾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많습니다. 그러니까 안 그래도 소고기값은 오르게 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요.

근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때려버린 겁니다. 어디에 영향을 줬느냐? 미국에서 먹는 소고기의 80%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습니다. 특히 구워 먹는 스테이크는 대부분 미국에서 나와요. 그런데 햄버거 만드는 질 낮은 간 소고기류는 주로 수입을 해요. 이 간 소고기 가격이 5파운드 하던 게 지금 6.5달러에 육박하는, 일반 소고기는 15% 올랐는데 이거는 30% 올라버렸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소고기 가격이 올라오면, 스테이크 가격은 이것보다 더 위로 올라가야 되겠죠. 천장이 뚫려버린 거예요. 간 고기 가격이 올라오니까 다른 고기 가격까지 쭉쭉쭉 위로 올라가 버리는 상황이 된 거죠.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을 감지했습니다. 10월 23일, 뉴욕 시장 선거 등 중요한 선거가 있기 전에 뭐라고 얘기했냐. '제가 사랑하는 소 사육업자들(소 사육업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 지지층이긴 합니다), 내가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당신들이 지금 돈을 더 벌게 됐다. 외국 소고기가 안 들어오니까 미국 소고기값이 올라서 당신들이 돈을 더 잘 벌게 됐잖아요. 그러니 가격도 좀 내려주세요' 이렇게 호소하는 글을 올립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폭망하고 나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톤과 공격 방향이 달라집니다. 법무부에 육류 포장하는 업체들 수사를 시킵니다. 이 업체들 중에 적잖은 수가 외국계예요. 공격을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 소유 육류 포장 업체 쪽의 농간이다. 미국민을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조사하라'고 했고 결국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어요.

공급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를 때린 건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건 트럼프 대통령이에요. 이 업체들을 때려잡는다고 해서 없던 소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도 아니고 올라가는 소고기값을 잡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커피입니다. 작년 초에 6달러였던 게 지금 9달러가 넘어갔어요. 1년 사이 50% 이상 올라버렸습니다. 커피는 미국에서 단 한 톨도 나지 않아서 100% 수입이에요. 브라질 커피의 50%, 베트남 커피의 20%, 전체 원두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두 나라 것에도 때리고, 콜롬비아 등 기타 원두에도 관세를 때려 대니 가격으로 넘어가지 않고 견딜 방법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50%가 올라버린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눈치챘어요. 이거 안 좋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7월에 커피 관세 면제 가능성 시사, 미국 의원들은 9월에 양당이 합의해서 커피 관세 면제하자는 합의안을 냈지만, 결론적으로는 선거 전까지 해결이 안 됐습니다. 위험하다고 얘기했지만 통과되지 않은 걸로 파악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36%, 역대 최저예요. 공화당과 무당층에서 많이 이탈했고 경제·물가 불만이 핵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의미심장해요. '경제가 좋아질 것 같아요? 나빠질 것 같아요?' 물어봤더니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 작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의 23%가 손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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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작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 중에 4분의 1이 경제가 나빠질 거라는 데 손을 들었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해 보면 작년 지지율의 4분의 1, 딱 이 사람들만큼 빠져 있어요.

경제가 안 좋아질 거라는, 내 주머니가 점점 얇아지고 있고 마트 갈 때마다 화가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 믿고 맡겨봤는데 이게 뭐냐고 화를 내고 있는 거고, 그게 그대로 지지율로 넘어가고 있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우습게 봤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관세 정책을 펼치더라도 식품 물가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해요. 가장 민감하고 폭발력 있는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건드렸고,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브라질 농산물 관세 40% 전격 철회', 농산물 관세들 다 거둬들이기 시작했죠. 그러고 나서 반대로 '관세 배당금 드릴게요. 관세 걷은 거 돈 드리겠습니다. 소득세도 다 깎아드릴게요' 이렇게 밀고 가고 있는데 이게 통할 거냐? 이미 건드려서 화를 돋워놨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예요.

CNN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원래 좀 부정적이긴 합니다만, 저 발표 이후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미안해요, 미국. 커피 가격은 아마 안 내려갈 것 같아요.' 관세 일부는 내릴 수 있겠지만 다른 비용이 또 많이 들잖아요. 예를 들면 소고기든 커피든 운반을 해야 되잖아요. 근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25% 때렸죠.

차를 영업용으로 몰면 수리할 일이 많은데, 수리비가 작년 대비 15% 이상 올랐습니다. 자동차 수리비가 오르니 자동차 보험료도 그만큼 오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유통 비용이 늘고 있어요. 커피와 소고기 관세 깎아줬다고 예전 가격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악몽이 시작이 된 거예요. 본인이 건드렸습니다. 현재로서는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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