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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열심히 일한 증거 남기지 마"…쿠팡 김범석, 노동자 사망 사건 은폐 지시 의혹

[단독] "열심히 일한 증거 남기지 마"…쿠팡 김범석, 노동자 사망 사건 은폐 지시 의혹
▲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오늘(17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김 의장은 앞서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자 사망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민감한 사건이 터져도 김 의장은 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SBS 취재진은 김 의장이 한국 쿠팡 대표로 일할 당시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직접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정황이 담긴 자료를 단독으로 확보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 12일 새벽 2시,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간 새벽 근무를 해온 장덕준 씨는 퇴근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숨졌습니다.

전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와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역에 따르면 'BOM'으로 표시된 김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그들은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니다"라며 시간제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듯한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실제로 2020년 10월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쿠팡 측은 유족들의 과로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김 의장이 5년 전 노동자 사망 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한국 쿠팡의 모든 자리 물러난 정황도 SBS 취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기 1년여 전인 2018년 10월, 당시 쿠팡 최고행정책임자는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에게 "노동부의 직원이 '쿠팡딜리버리맨', 즉 쿠팡 배달기사 이슈에 대해 김범석 대표에게 질문할 예정"이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해결책은 김범석을 창업자와 LLC의 CEO로 임명하고 다른 사람을 CEO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LLC는 쿠팡 미국 본사Inc의 이전 이름입니다.

최고행정책임자는 이어 "같이 골프를 친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의 한 사람이 유력한 후보다"라며 '강한승'이란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강한승 씨는 김앤장 소속 쿠팡 자문 변호사였는데,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과거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미리 조직적으로 자료를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이 갑질을 일삼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11번가 등 다른 곳에서 쿠팡보다 싸게 팔고 있으면 쿠팡 판매 가격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단 겁니다.

이에 공정위는 두 차례 쿠팡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SBS가 입수한 2020년 2월 쿠팡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쿠팡의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는 당시 최고법률책임자에게 "직원들 PC에서 파워포인트 파일을 지웠다"고 보고하며 연관 있어 보이는 파일까지 탐색해 삭제하겠다고 전합니다.

지운 파일의 이름은 'LG생활건강과 쿠팡'으로 공정위 조사와 연관된 걸로 추정됩니다.

공정위 두 번째 현장 조사를 두 달 앞둔 시점에는 당시 정보보안팀 관리자가 "법률팀이 공정위 조사 대비를 위해 392개 이메일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고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에게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쿠팡의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바로 삭제에 동의했는데, 삭제하겠단 내용은 업체들이 보내온 '가격 매칭 현황' 등으로, 공정위가 조사하던 내용입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LG생건 등 101개 업체에 압력을 가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했는데, 현재 쿠팡은 행정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BS는 쿠팡 측에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김 의장의 언급과 김 의장이 한국 대표 등에서 물러난 과정, 공정위 조사 전 자료 삭제 등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쿠팡 측은 "해임된 전 임원이 쿠팡에 불만을 갖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 임원이 제기한 해고 무효 법정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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