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총격범 나비드 아크람(24)
15명의 희생자를 낳은 호주 시드니 유대인 축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부자(父子) 중 아버지가 27년 전 인도에서 호주로 이민 온 인도 출신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17일)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경찰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저지른 사지드 아크람(50)이 텔랑가나주 하이데바라드 출신의 인도 시민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지드는 무역학 학위를 따고 유럽계 여성과 결혼한 뒤 1998년 일자리를 찾아 호주로 이민을 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인도에 있는 그의 친척들로부터 얻은 정보에 따르면, 사지드는 지난 27년 동안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호주 이민 후 주로 부동산 문제나 연로한 부모님 방문 등 가족 관련 이유로 여섯 차례 인도를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사지드가 인도에서 사는 동안 그에 대해 불리한 기록이 없었다면서 "가족들은 그의 극단주의적 사고방식이나 활동, 그가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 배경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지드나 이번 사건의 공범인 아들 나비드 아크람(24)이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 것은 인도나 텔랑가나 지역의 어떤 영향력과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들 나비드는 호주에서 태어난 호주 시민권자입니다.
사지드는 지난 14일 저녁 호주 남동부 시드니의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의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에서 나비드와 함께 총격을 가해 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뒤 경찰에 사살됐습니다.
나비드는 범행 당시 경찰과 총격전에서 부상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전날 밤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이에 따라 호주 경찰은 이날 나비드를 조사하고 조만간 기소할 예정입니다.
호주 정부는 사건 현장에 세워진 사지드·나비드 부자의 차량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깃발 2개를 발견했습니다.
당국은 이들이 IS의 영향을 받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필리핀에 입국, IS 활동이 활발했던 남부 민다나오섬을 방문한 뒤 지난달 28일 귀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범인들을 저지하기 위해 용감하게 맞선 희생자들의 행적이 하나둘 확인되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유대인인 보리스 거먼(69)과 그의 아내 소피아(61)가 현장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유족이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사건 현장 인근 차량에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보리스가 총격범 중 한명과 몸싸움을 벌이며 총기를 빼앗고, 이후 부부가 함께 도로에 넘어졌습니다.
보리스가 다시 일어나 총으로 총격범을 가격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총격범은 다른 총기를 이용해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족은 "보리스와 소피아를 잃은 고통을 그 무엇도 덜어줄 수 없지만, 그들의 용기와 이타심에 우리는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찍은 여성은 로이터에 거먼이 "도망치지 않고 위험을 향해 바로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 총을 빼앗으려 했고,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희생자 루벤 모리슨(62)도 사지드를 향해 벽돌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영상에 포착됐습니다.
모리슨의 딸은 미국 CBS 뉴스에 "그는 총격이 시작되자마자 달려들었다"면서 "그는 벽돌을 던질 수 있었고 테러리스트에게 소리치면서 자신의 공동체를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호주 ABC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