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한은 총재 "환율 위기, 걱정 심해…물가·양극화 위기"

한은 총재 "환율 위기, 걱정 심해…물가·양극화 위기"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 수준과 관련해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오늘(17일) 오후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설명회에서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위기"라고 밝혔습니다.

환율이 이날 8개월여 만에 장중 1,480원 선을 넘기는 등 이례적 상승세를 지속하자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원화가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총재는 고환율 때문에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성장 양극화 등을 생각할 때 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3%포인트가량 뛰게 된다는 게 한은 자체 추산입니다.

한은은 또 환율이 내년까지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2.1%보다 높은 2.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고환율의 주된 요인으로 외환 수급 쏠림을 거듭 지목했습니다.

이 총재는 "환율 수준이 1,400원대 초반부터 시작해 미국 달러화가 안정되는데도 한동안 계속 오른 데는 내부적 요인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총재는 "과거와 달리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조율해주기로 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정책이 작동하면 수급 면에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역할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총재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함께 추진 중인 '뉴 프레임워크'와 관련,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환 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총재는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은 원화로 평가되는데, 나중에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게 되면 원화가 절상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어떤 수익률로 보상할지 서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또 "국민연금이 큰 손이 됐다"며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0년 전과 다른 만큼 국내 시장에 투자할 돈은 어떻게 할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환율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외환시장에 위협을 주는 정도로 대미 투자액을 줄 생각은 없다"며 "대미 투자를 원인으로 원화가 장기적으로 절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하는 '서학개미 책임론'과 관련해선 "특정 그룹을 탓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가 크고, 금리 격차가 크고, 주식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고, 그런 요인들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경제 365
댓글 아이콘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