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명의 생명줄인 갠지스강이 시작되는 히말라야 한가운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비밀 중 하나가 잠들어 있습니다.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지 모르는 핵 장치가 수십 년째 행방조차 알 수 없이 산속 깊이 묻혀 있는 겁니다. 이 '핵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게 된 건 인간의 부주의 때문입니다.
정확히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1965년, 냉전이 한창일 당시 세계는 핵전쟁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소련과의 핵 경쟁에만 치열하게 몰두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첫 핵 실험에 성공하면서 발칵 뒤집히게 되죠. 미국 중앙정보국 CIA는 중국의 핵 시설을 감시하기 위한 도청기지를 건설하는 극비 작전에 돌입합니다. 작전명 : 오퍼레이션 햇 (Operation Hat). CIA는 드넓은 중국 영토를 빤히 내려다보며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히말라야를 택하게 됩니다. 중국과 국경분쟁으로 껄끄러웠던 인도와 협력해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가장 높은 산, '난다 데비' 정상에 도청기지를 설치하기로 하죠.
하지만 말이 쉽죠. 두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하나, 해발 7800m가 넘는 산 꼭대기에 어떻게 기지를 설치할 것인가. 둘, 설치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 기지를 운영할 아무 인프라가 없는 산맥 한가운데서 어떻게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는 것인가. CIA는 생각보다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접근했습니다. 사람이 없어도 수십 년 넘게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핵 원료, 플루토늄 발전기를 도청기지에 탑재해 산 정상까지 이고 지고 올라가기로 한 겁니다. 핵을 감시하기 위한 핵 장치인 셈이죠. 나가사키 원폭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으로, 무게만 무려 60kg에 달했습니다.
CIA는 이 핵 장치를 무사히 산 정상까지 운반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산악인 18명을 비밀스럽게 불러 모았습니다. 그냥 등반하기도 어려운 난다 데비를 무겁고 위험한 핵 장치를 짊어지고 올라야 했기에 알래스카와 볼티모어 등지에서 여러 차례 예행연습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65년 9월, 등반팀은 '난다 데비'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탈수와 추위, 고산병에 시달리며 한 달 가까이 산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짊어진 무거운 핵 장치가 따뜻한 열을 뿜어내 이걸 끌어안으며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요, 하지만 정상까지 600m가 채 남지 않았을 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눈보라가 이들을 덮쳤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게 된 겁니다. 등반팀은 결국 핵 장치를 바위틈에 단단히 묶어두고 일단 안전하게 하산한 뒤, 날이 좀 괜찮아지면 다시 산을 올라 작전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악천후가 끝나고 이듬해 봄, 등반팀은 계획한 대로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핵 장치를 보관한 그 지점까지 한참을 또 등반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핵 장치는커녕 장치를 묶어뒀던 바위들마저 눈사태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미국과 인도 당국은 실종된 핵 장치를 찾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방불명입니다. 갠지스강 전체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킬지도 모르는 핵 장치가 히말라야 빙하 깊은 어딘가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죠.
이른바 '난다 데비 사건'은 10년 넘게 극비로 유지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 사건을 집중 보도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미 국무부와 CIA는 아직까지도 이런 작전이 펼쳐진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녹고 있다는 겁니다. 4년 전 히말라야는 한겨울임에도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을 만큼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녹고 있습니다. 만약 핵 장치가 파손되기라도 했다면, 방사성 물질이 갠지스강으로 흘러들어 초유의 환경 재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류가 핵 재앙을 초래할 뻔한 건 '난다 데비 사건' 뿐만이 아닙니다. 미 국방부는 핵무기와 관련한 사고를 '브로큰 애로우', 부러진 화살이라고 일컫는데 1961년 미군의 폭격기가 연료 누출로 공중 붕해되면서 폭격기에 실린 3.8메가톤급 수소폭탄 두 개가 노스캐롤라이나 지상으로 추락했습니다. 3.8메가톤급이면 히로시마 원폭의 25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는데요, 그중 한 수소폭탄은 비상용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한 시골 마을에 투하되기까지 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4개 안전장치 중 딱 하나가 제대로 작동돼 간신히 폭발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폭발했다면 노스캐롤라이나는 물론 미 동부 일대가 지도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소련 역시 핵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두 대가 태평양과 대서양 한가운데 각각 침몰하면서, 탑재한 핵미사일 여러 발이 바닷속에 그대로 묻혀버렸습니다.
잠수함과 원전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지닌 우리나라도 지난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본격 추진하게 됐죠. 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이어진 어처구니없는 핵 실종 사고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인류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핵 기술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아주 작은 오류도 용납할 수 없이 치명적이란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핵 기술의 힘을 안보와 평화에 쓰려면 '안전'이라는 기본 원칙을 절대 잊어선 안 될 겁니다.
(취재 : 신정은,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미 동부가 사라질 뻔했다"…히말라야에 묻힌 더 위험한 비밀
입력 2025.12.21 14:00
수정 2025.12.21 1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