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이 올해도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에서 3천 킬로미터를 날아 우리나라로 왔습니다. 그런데 먹이가 부족해 탈진하거나, 농약에 중독된 동물 사체를 먹고 폐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커다란 새들이 하늘을 까맣게 뒤덮습니다.
3m나 되는 긴 날개를 쭉 펴고 고공비행을 하더니 가볍게 내려앉아 먹이를 먹습니다.
3천km나 떨어진 몽골에서 추위를 피해 날아온 겨울 진객, 천연기념물 독수리입니다.
고성에는 매년 1천 마리 넘는 독수리가 찾아오는데요.
겨울 초입이지만 벌써 400마리가 넘는 독수리가 이곳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사냥을 못해 동물 사체만 먹는 '벌처 독수리'는 월동지 인근 곳곳에서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만성적인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올해만 벌써 70마리 넘는 독수리가 아사 직전에 구조됐습니다.
[김현민/경남야생동물센터 재활사 : (우리나라에) 내려오더라도 로드킬 당한 고라니나 뭐 이런 동물들밖에 먹이를 섭취할 수가 없어서 기아나 탈진의 경우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약에 중독된 사체를 먹고 발생하는 2차 감염도 문제입니다.
충남 아산과 서천, 경남 김해 등에서 지난해 100마리 가까운 독수리들이 농약에 중독돼 집단 폐사했습니다.
고성을 비롯한 전국 7곳에선 시민단체들이 고기 부산물 등 먹이를 챙겨주며 독수리 보호에 나섰습니다.
[김덕성/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 먹이를 안 주게 되면 얘들이 축산농가 소나 죽은 돼지들이 있는 걸 보고 기웃거리게 됩니다.]
멸종위기종 2급인 독수리는 전 세계적으로 2만 마리밖에 안 되는데 그중 2천여 마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고픈 겨울나기를 하는 독수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디자인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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