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홍콩 아파트 화재 소식 전해드립니다. 불이 난 지 43시간 만에 불길이 잡히고 당국이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희생자는 더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현장에 있는 한상우 특파원 연결해 더 알아보겠습니다.
한 특파원, 불길이 완전히 잡혀 다행입니다만 사망자가 어제(27일)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요?
<기자>
홍콩 소방 당국은 만 43시간 만에 7개 동의 화재가 모두 진압됐다고 밝혔습니다.
본격적인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불에 탄 잔해들로 인해 수색이 쉽지 않을 걸로 알려졌습니다.
[데릭 암스트롱 챈/홍콩 소방국 부국장 : 여러 잔해와 (대나무) 비계가 위층에서 떨어지고 있어, 피해 건물들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현재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128명으로 늘었습니다.
부상자도 80여 명 있는데 절반이 위중한 상태입니다.
실종자는 200여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는 극적으로 아파트 고층 계단 등에서 2명의 생존자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최근 몇 시간 사이 접수된 3건의 구조 신고를 먼저 확인한다고 밝혔는데 추가 생존자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앵커>
화재 원인 조사에는 진전이 좀 있습니까?
<기자>
직접적인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SNS에는 아파트 외벽 공사 현장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한 주민이 이를 제지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수사 당국은 담배 관련 민원이 있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만큼, 담배에 의한 실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해당 아파트 보수 공사 비용이 우리 돈 621억 원에 이르는데도 화재에 취약한 저가 자재를 썼을 거라는 의혹도 수사 대상입니다.
<앵커>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대나무 비계가 지목되고 있는데, 이게 실제로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취재한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홍콩 도심 침사추이의 한 건물 외장 공사 현장입니다.
1층 통로 구간은 모두 대나무로 기둥을 세웠고, 곳곳에 그물망이 걸려 있습니다.
대나무 계단과 불이 잘 붙는 그물망을 이용해 이렇게 건물 외장 공사를 하고 있는데, 두 건물 사이의 폭이 1m도 안 되기 때문에 한번 불이 나면 쉽게 옮겨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미 지난해 3월 대나무 비계 퇴출 결정이 났지만, 현장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가는 곳마다 공사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 걸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구하기 쉽고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홍콩 당국은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존리/홍콩 행정장관 : 정부는 즉시 홍콩 전역의 대나무 비계 개보수 공사 현장을 점검하기 시작했으며 점진적으로 이를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소방 시설 문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지은 지 42년 돼,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만나 본 이재민들은 화재 경보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화재 아파트 주민 : 경보도 뭐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건물 전체를 수리하려고 한 거잖아요.]
이번 참사가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화재로 현지 분위기도 매우 침울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홍콩은 전역이 애도 분위기입니다.
관광지인 침사추이 광장에서는 매일 저녁 하던 레이저 공연이 중단됐습니다.
오늘부터 열리는 K팝 시상식 'MAMA 어워즈'도 애도 분위기에 맞춰 레드카펫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찾아 이재민과 소방관을 격려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이승열·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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