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신이 발견된 저수조
청주의 장기 실종여성 살해범 김 모(50대)씨는 범행을 저지른 직후임에도 안전을 걱정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등 시종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피살된 A(50대) 씨의 가족들은 그가 연인 관계였던 김 씨와 헤어진 후에도 자주 다투며 고통을 호소한 점을 토대로 사건 초기부터 김 씨가 A 씨를 해코지했을 가능성을 의심해왔습니다.
A 씨의 자녀는 지난달 16일 실종 신고를 하고 진천군 소재 김 씨의 폐기물 관련 업체를 찾아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으나, 김 씨는 "안 만난 지 꽤 됐다"며 태연하게 잡아뗐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자녀에게 회사 CCTV 영상까지 재생해 보여주며 회사 안팎의 본인 동선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연인인 A 씨의 SUV 안에서 그를 흉기로 살해한 지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김 씨는 같은 날 A 씨의 어머니에게서도 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혹시 딸에게 해를 가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연락한 지도 오래됐다"며 바쁘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곧바로 지인에게 "A가 실종됐다고 하더라. 혹시 연락한 적 있느냐"고 뻔뻔하게 되물었습니다.
그러고는 이튿날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A 씨와의 통화녹음 수십 건을 삭제했습니다.
김 씨는 범행 3주 뒤인 이달 5일 이뤄진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A 씨의 실종 당일 행적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복수의 형사들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형사들이 A 씨 실종 당일의 본인의 행적을 석연찮게 여기면서 질문하는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A 씨의 주변 인물 중 유일하게 당일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또 범행 직후 A 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직장 상사에게 사직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A 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 씨는 범행 흔적이 남아 있는 A 씨의 SUV를 청주와 진천의 거래처에 숨겨 놓으면서 업주들에게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아달라"고 둘러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점 등을 토대로 김 씨가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고 보고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할 방침입니다.
실제 김 씨가 오폐수 처리 등의 일을 하면서 모은 재산으로 진천군 등에 장학금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얼굴의 소유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A 씨의 SUV 안에서 그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에 격분해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이 관리하는 거래처 폐저수조에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김 씨는 오늘(28일) 구속영장 심사 출석을 자진 포기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