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홍콩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큰불이나 최소 55명이 숨졌고, 270명 넘게 실종됐습니다. 실종자들은 아직 대부분 아파트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반환된 이후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먼저 홍콩에서 한상우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30층 넘는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외벽 보수를 위해 설치돼 있던 구조물이 터널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어 냅니다.
불길이 번지면서 각종 공사 구조물들이 굉음을 내며 우수수 떨어져 나갑니다.
현지 시간 26일 오후 2시 50분쯤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에 있는 '웡 푹 코트' 아파트에 불이 났습니다.
소방 당국이 최고 등급 5급 경보를 발령하고 800명 넘는 인력을 투입해 총력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불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피해 주민 : 누군가 우리 가족을 봤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제발 무사하길 바라요.]
지금까지 소방관 1명을 포함해 최소 5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직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는 270명이 넘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로렌스 리/피해 주민 : 아내가 아직 아파트에 있습니다. 전화로 아내에게 탈출하라고 말했지만 아내가 집을 나서자 복도와 계단이 전부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너무 어두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불이 난 건물은 지은 지 42년 된 노후 공공 아파트 단지로 8개 동에 약 2천 가구, 4천60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홍콩 소방 당국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잡동사니가 불이 붙은 채 강풍에 흩날리며 7개 동을 태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불길이 잡힌 건물에서는 수색과 구조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일부 건물에서는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공사업체 관계자 3명을 체포했습니다.
한순간에 집을 잃은 주민 900여 명은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한 상태입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 외교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우리 국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이승열, 디자인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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