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선진화법 이후 최악의 국회 충돌 사태로 일컬어지는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첫 번째 형사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을 신속처리하려던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이를 막아선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사이 대규모 충돌이 발생한 지 6년 7개월 만이며 검찰 기소 이후로도 5년 10개월 만에 이뤄진 판단입니다. 오늘(20일) 선고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인사들에 대해 먼저 이뤄졌습니다.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별도 재판은 오는 28일 결심공판이 예고됐습니다.
유죄 인정하면서도 의원직 유지 '벌금형' 선고

현역 의원이면서 두 달 전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당선 무효형을 구형한 국민의힘 중진 5명의 운명이 최대 관심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과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 그리고 김정재, 이만희, 윤한홍 의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모두 유죄 선고에도 의원직은 유지한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구형량이 징역 2년으로 가장 무거웠던 당시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에 대해 벌금 2,4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현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에게는 벌금 1,150만 원을, 송 의원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에 벌금형이 구형된 김정재, 이만희 의원에 대해선 각각 1,150만 원과 8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징역 6개월에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은 윤한홍 의원은 벌금 750만 원 형을 받았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역시 구형은 징역 1년 6개월이었지만 1,9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거나,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되며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됩니다. 하지만 법원은 두 혐의를 합쳐 벌금형을 선고했고, 특히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해서는 모두 500만 원 이하를 선고해 의원직이나 피선거권 상실은 면하게 됐습니다.
"면책특권 대상도, 저항권 행사도 아냐" 질타
서울남부지법 재판부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활동을 저지했다. …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
싸우더라도 스스로 정한 법 절차에 따라야지, 물리력을 동원한 것은 용인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부분까지 선고문이 낭독됐을 때 대체로 당선 무효형을 예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량 결정 이유 부분으로 들어가면서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며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의 총선과 지선을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충돌과 '빠루'의 등장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 : 국회 내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상임위원회(180일)-법사위원회(90일)-본회의(60일)로 신속히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제도.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도입됐으며, 최대 330일 이내 본회의 자동 상정이 원칙.
2019년 4월 25일,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 하자 원내 2당이던 자유한국당이 즉각 반발했습니다. 회의를 열려던 민주당 측과 회의를 막으려던 자유한국당 사이 대치가 이어지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합니다.
(2019년 4월 25일)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 "한국당이 이제 거의 광기에 가깝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의회 쿠데타입니다. 의회 폭거입니다. 그 폭거에 저희는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선고된 당시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이 과정에서 국회 의안과 사무실과 국회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도 추가됐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2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들 가운데 고 장제원 전 의원은 사망으로 공소가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과 전현직 당직자 등 10명도 공동폭행 혐의로 함께 기소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충돌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이른바 '빠루(쇠 지렛대)' 등장입니다. 4월 26일 새벽, 자유한국당 측이 점거하고 있던 국회 의안과 출입문을 열기 위해 민주당과 국회사무처 인원들 사이에서 '빠루'와 함께 망치가 등장했습니다. 문 안으로 끼워진 '빠루'를 자유한국당 측이 빼앗았고, 나중에 이를 받아든 나경원 원내대표가 폭력의 상징이라며 들어보이기도 했습니다. 6년이 지난 지난 9월까지도 국회 법사위에서 각자 사진을 들어보이며 서로가 폭력의 주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