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강원 춘천시 한 유치원에서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교무실에서 맞았다는 진술이 나와 아이들과 선생님 간 분리 조처되고, 경찰에서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학예회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저녁 A(5) 양은 부모에게 "학예회 연습을 하지 않고 딴짓했다는 이유로 교무실로 불려 가 배를 걷어차였다"고 털어놨습니다.
A 양은 "배를 걷어차여 뒤로 밀려났고, 아파서 우는 동안에도 계속 혼났다"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곧장 경찰에 신고한 A 양 부모는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지만, 사건이 벌어진 교무실은 물론 교실에는 CCTV가 달려있기만 할 뿐 통신연결이 되어있지 않아 영상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이 복도에 있는 CCTV를 확인한 결과 A 양의 말 따라 담임교사와 함께 교무실에 들어간 사실은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당시 교무실에는 A 양과 담임교사뿐이어서 목격자는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양에 앞서 같은 반 B(5) 군 역시 담임교사와 함께 교무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B 군이 교무실에서 울면서 나오는 듯한 모습이 영상 속에 찍혔는데, 이는 곧 A 양이 부모에게 13일 저녁 피해 사실을 털어놨을 당시 "나 말고 B 군도 담임교사로부터 맞았다"고 이야기한 것과 연결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드러나자 B 군은 그제야 부모에게 "배를 강하게 3번 걷어차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손을 빠는 습관이 있었던 B 군은 9∼10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B 군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듣고, 다른 학부모들이 되레 '진짜였느냐'고 B 군 부모에게 되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이에 A 양과 B 군의 부모는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들 아동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개구쟁이다 보니 많이 혼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자주 호명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아이들의 잘못으로 여기며 아이들을 감싸기보다 선생님 편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들은 "최근 사례 외에도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맞은 적이 있다고 얘기한다"며 "학기 초부터 선생님이 무섭다고 했을 때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했다"고 자책했습니다.
유치원 측은 곧장 담임교사를 학급에서 분리 조처하고 새로운 선생님으로 교체했습니다.
담임교사는 휴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담임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동학대 의혹에 관해 "아이들에게 위협적이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학예회 준비에 집중하지 못해 교무실로 아동들을 데리고 간 사실은 맞지만, 격려와 지도 차원이었으며 절대 소리 높여 훈육하거나 때리지 않았으며,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상황에서 차분히 이야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담임교사는 "평소에는 복도에서 지도하지만, 그날은 학예회 준비로 복도가 혼잡했고, 여러 아이가 지나다니고 있어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거나 불편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교무실에서 대화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에게 왜 집중이 어려웠는지 먼저 묻고, '내일 부모님이 오시는 것 알고 있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니?'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격려한 게 전부"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A 양의 경우 감정이 순간적으로 복받치는 경우가 있어 종종 대화 도중 울음을 보이려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이 경우 대화를 즉시 중단하고 아이가 안정될 수 있도록 자리를 정리했으며, 꾸중이나 질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학기 초부터 손가락 빨기 습관을 줄일 수 있도록 위생과 건강을 위해 지속해서 안내했지만,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아이가 감정적으로 불안해 보이자 즉시 안내를 중단했고, 이후에도 습관이 나타날 때 손을 잡아주며 부드럽게 제지하는 방식으로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춘천경찰서는 피해 아동들이 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한 진술 녹화 내용 등을 살핀 뒤 이번 주 내로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길 방침입니다.
한편 학대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의 부모들은 교실과 교무실에 CCTV가 달려있기만 할 뿐 영상 녹화가 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점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당연히 CCTV 영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먹통이었다는 게 더 화가 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는데 아이들은 누가 보호해주느냐"고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어린이집은 2015년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돼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어린이집은 보육실과 공동놀이방, 놀이터, 식당 등에 1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며 60일 동안 해당 영상을 의무 보관해야 하지만, 유치원은 아직 설치가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습니다.
차이는 '어떤 법률에 영향을 받는지'에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을,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근거해 운영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법이 개정되더라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일괄적으로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후 유치원에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논의가 공론화되기는 했지만, 실제 법적 근거 마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021년 21대 국회에서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2024년 임기 종료 전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해당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을 개원하면서 CCTV를 단 걸로 알고 있지만, 가동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직원 등 교육정보 주체들이 모두 다 동의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CCTV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가동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동 논의를 한 적은 없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논의는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