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운동'을 열렬히 지지해온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측근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대표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조지아) 하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트루스 소셜에 "위대한 조지아주의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에 대한 내 지원과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괴짜' 마조리가 하는 것이라고는 불평, 불평, 또 불평뿐"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그린 의원의 지역구 공화당 경선에 '적임자'가 출마한다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겠다며, 그린 의원이 '너무 좌경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그린 의원은 곧장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금 나를 공격하고 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분명 이게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엡스타인 파일"이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는 "물론 그는 다음 주 엡스타인 파일 공개 투표 전 다른 공화당원들을 겁주기 위해 나를 본보기 삼아 쫓고 있다"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막기 위해 그가 얼마나 열심히 싸우는지, 실제 그가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게 놀랍다"고도 했습니다.
그린 의원이 언급한 엡스타인 파일이란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문건을 가리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수십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돼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후 그에게 성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습니다.
엡스타인은 생전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 자신이 당선되면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성 접대 리스트는 없다며 수사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엡스타인의 생전 이메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성범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스팅이 나오기 몇 시간 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며 "그걸 막으려고 노력하는 게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미국인의 의료보험과 경제 부담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그린 의원은 최근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관세, 외교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며 물가, 의료보험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그린 의원은 다시 X에 "유일한 길은 예수를 통해서"라며 "그게 나의 길이고, 나는 분명히 그 길을 잃지 않았다"고 적는 등 설전을 이어왔습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트럼프 대통령, 공화당과 점차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그는 백악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비판하고, 공화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했습니다.
지난달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선 공화당과 당 수뇌부에 불만을 토로했고, 연방정부 셧 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기간에는 건강보험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는 민주당 편에 섰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