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470원이 뉴노멀?…출구 안 보이는 원화 약세 [스프]

[이브닝 브리핑] 계엄 수준으로 치솟은 환율, 원인과 전망
이브닝브리핑
원화 가치의 약세가 심각합니다. 어제(12일) 낮 외환시장에선 1달러 당 원화 값이 1470원까지 올랐습니다.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난데없는 계엄 발표 이후 불안했던 환율은 올해 중반 가까스로 1300원대로 내려왔었지만, 10월 이후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워낙 많은 원화 약세 요인들이 겹치면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13일)도 달러당 1467.7원에 마감했습니다. 단기적으론 계속되는 달러화 유출이 요인입니다. 외국인들이 원화 자산인 한국 주식을 연일 순매도하는 반면, 국내의 '서학개미'투자자들은 달러화 자산인 미국 주식을 대량 순매수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 관세협상 합의에 따라 매년 200억 달러 넘는 외환이 빠져나갈 것이란 부담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붙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산업 현장의 타격이 나타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등 내부요인 대한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브닝브리핑 외국인은 韓주식 팔고 서학개미는 美주식 매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주식 7조 8천억 원어치를, 역시 원화자산인 국채도 1조 6천억 원어치를 순매도 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고점 부담과 AI관련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에 차익을 실현하는 심리, 연방정부의 셧다운 종료 기대감에 따른 달러화 강세 예상이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자산 매도가 원화 공급을 늘려 가치 약세를 부르고, 또 원화 약세는 외국인의 매도를 부르는 양상입니다.

10월부터 다시 급증한 국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규모도 최대 수준입니다. 코스피 고점 부담 속에 11월 들어서만 미국 주식을 23억 240만 달러(3조 3천800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전달인 10월에는 3배에 달하는 68억 5천만 달러(10조 6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주식을 사고, 이후 거래도 달러화를 보유한 상태로 하는 만큼, 달러화 수요가 계속 유지되는 형국입니다. 싱가포르 출장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환율 변동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해외 주식투자를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미 관세합의의 부담, 환전 꺼리는 심리 고조
수치로 파악되는 이런 요인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더 원천적인 요인으로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지목됩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한 시점은 한미 관세협상의 변곡점과 맞물립니다. 4월2일 트럼프의 관세부과 발표, 7월31일 한미 관세협정 잠정합의, 그리고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의 협상 타결 때도 그랬습니다. 연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전례가 없는 방식의 고정된 달러화 유출을 의미한다는 점이 시장에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이브닝브리핑
이에 따라 최근 기업들도 수출 결제대금 등 달러와 자산을 환전하지 않고 비축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외환시장의 분석입니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해도 벌어들인 달러 물량이 풀리지 않는 점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직접 대외변수는 일본의 통화정책입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예상을 다소 벗어나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부양과 통화 완화 정책, 즉 '신 아베노믹스'의 메시지를 내면서, 일본 엔화도 약세 기조가 강해졌습니다. 어제(12일)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4엔 수준으로 6월 대비 10엔 정도 더 올랐습니다. 최근에 원화와 엔화가 달러화 가치에 대비해 연동하는 '동조화'흐름이 강해진 상황이라,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대외 변수만 탓하나?.. 통화당국에도 '눈총'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어제(1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가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에 쏠렸습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외화부채 수준은 안정적이라면서 최근의 원화약세에 대해 미국의 AI산업 관련 주가 변동성, 미 정부 셧다운, 일본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모두 요인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이거나 민감한 답변은 피한 셈이지만, 뚜렷한 대응 방향도 없어 보인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태가 이미 40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것은 원화 약세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인데 미국이 추가 금리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제 이창용 총재는 "금리인하 규모나 시기, 방향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말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상 같은 긴축 가능성으로 해석해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식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에, 현재 환율 상황을 감안하면 좀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내야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브닝브리핑 연말 1500원, 내년 1600원?..서학개미 '회군'예상도
더 근본적인 상황 요인은 시중의 유동성(총통화)이 많은데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돈이 더 풀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적자 재정의 부담에도 내년 국채를 232조 원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기조로는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내년에는 16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SDF2025에 초대합니다. 11/13(목) DDP 제로 시대의 재설계:다시 쓰는 혁신
댓글 아이콘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