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돈'과 관련된 주장입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벌어들인 이익금이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피해액이 7천 8백억 원인지, 4천 8백억 원인지, 아니면 1천 1백억 원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립니다. 검찰의 항소 포기 때문에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거액을 챙길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민사소송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항소 포기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말이 다릅니다. 복잡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져 혼란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검찰 항소 포기와 관련된 여러 쟁점 중 돈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1심 판결문 등을 기준으로 객관적 내용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사실과 허위를 가리는 팩트체크 작업도 수행하겠습니다. 총 13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했습니다.
1. 대장동 사업 이익금이 7천8백억 원이라는 것은 사실인가요, 아니면 검찰이 부풀린 액수일까요?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관련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금 자체는 약 7천 8백 86억 원이 맞습니다.
구체적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내역을 합산한 금액이 약 7천 8백 86억 원입니다.)
- 화천대유 명의 출자자 직접 사용 5개 필지 공동주택 분양이익: 약 3천 6백 9십억 원
- 화천대유 명의 자산관리위탁 수수료: 약 140억 원
- 화천대유 명의 택지분양 배당금: 약 577억 원
- 천화동인 1호 명의 배당금: 약 1천 2백 13억 원
- 천화동인 2호 명의 배당금: 약 101억 원
- 천화동인 3호 명의 배당금: 약 101억 원
- 천화동인 4호 명의 배당금: 약 1천 10억 원
- 천화동인 5호 명의 배당금: 약 646억 원
- 천화동인 6호 명의 배당금: 약 2백 83억 원
- 천화동인 7호 명의 배당금: 약 1백 21억 원
하지만 대장동 민간업자들 명의로 받은 이익금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이익 배당방식으로 받아간 돈이 1천 8백 30억 원입니다. 대장동 사업으로 인한 총이익금은 7천 8백 86억 원이 맞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받아간 금액을 제외한 이익금은 약 6천억 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2.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 때문에 이익금 전액에 가까운 7천 4백억 원을 추징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사실인가요?
'기회'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검찰은 애초 1심 과정에서 이익금 전액에 가까운 7천 4백억 원을 추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1심 판결에 항소한 후 2심에서 검찰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졌다면 이익금 전액에 가까운 약 7천 4백억 원을 추징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2심 재판부가 7천 4백억 원을 모두 추징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긴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익금 7천 8백억 원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금으로 가져간 1천 8백억 원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2심에서는 추징금을 높이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2심에서 1심보다 징역형을 깎으면서 추징금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라도 징역형과 추징금을 합쳐서 판단했을 때 1심보다 피고인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이는 범위에서만 소폭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 때문에 대장동 사업 이익금 전액에 가까운 7천 4백억 원에 대한 추징 기회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사실이라고 판정할 수 있습니다.
3. 그런데 검찰은 무엇을 근거로 이익금 전액에 가까운 7천 4백억 원을 추징해 달라고 요청했던 건가요?
검찰은 대장금 사업 이익금 7천 8백억 원 전체가 성남시 수뇌부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공모해 저지른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성남시 수뇌부가 사업 관련 공모 지침 같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방식 등을 통해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공모해서 이해충돌행위를 저지른 결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익금 전액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행위에 따른 범죄수익 또는 범죄수익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이라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근거한 7천 4백억 원 추징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 배임의 결과로 부패재산이 형성된 것은 인정했고, 이 금액에 기초해 추징금 규모를 정했습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항소했다면 2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해 볼 수 있었습니다. 2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유죄로 판단했다면, 검찰 요구대로 이익금 전액에 가까운 7천 4백억 원에 대해 추징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은 확정됐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어야지만 가능한 7천 4백억 원 추징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4. 그렇다면 피해액 4천 8백억 원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요?
먼저 지금까지 설명을 요약해보겠습니다. 대장동 사업 관련 이익금 총액은 약 7천 8백억 원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미 배당받은 금액을 제외하면 약 6천억 원) 검찰은 이익금 7천 8백억 원 전체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행위로 인한 부패재산이라며 전액에 가까운 7천 4백억 원 추징을 요청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무죄는 확정되었고, 7천 4백억 원을 추징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성남시 수뇌부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행위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범죄를 구성할 뿐 아니라, 임무를 위배하여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이라는 별도의 범죄도 구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따른 부당한 이익은 대장동 사업 관련 이익금 전체(7천 8백억 원)에 해당하지만, 배임 행위에 따라 결과적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확보하게 된 부당 이익은 전체 이익금 중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 본 금액만큼으로 제한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숫자가 배임 피해 금액 4천 8백 95억 원입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사업 기여도를 감안할 때 마땅히 확보했어야 했지만 성남시 수뇌부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행위로 인해 확보하지 못한 금액을 배임 피해 금액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대장동 사업 이익금 가운데 두 종류의 이익금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보했어야 하는 금액과 관련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택지분양 사업 총 배당금'과 '화천대유가 출자자로서 직접 사용한 5개 필지의 공동주택 분양사업 배당 이익'입니다. 검찰은 사업 기여도를 감안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위 두 이익금을 합친 금액에서 마땅히 70% 이상을 가져갔어야 했는데, 성남시가 고정 금액만 배당받는 '확정배당'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성남도시개발공사 약 4천 8백 95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4천 8백억'은 검찰이 배임 피해 금액이라고 주장한 숫자입니다. 이는 앞서 검찰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행위에 따라 피고인들이 부당하게 확보한 이익금이라고 규정한 7천 8백억 원과는 다른 것입니다.
5. '배임 피해 금액 1천 1백억 원'이라는 숫자는 또 다른 이야기인가요?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요?
배임 피해 금액 1천 1백억 원은 검찰이 아니라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배임 관련 부당 이득의 규모입니다. 1심 재판부는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배임 피해와 관련된 금액을 산정할 때는 검찰과 다른 계산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주장한 배임행위 관련 2가지 이익금('대장동 택지분양 사업 총 배당금'과 '화천대유 명의 5개 필지 공동주택 분양사업 배당이익') 중 '화천대유가 출자자로서 직접 사용한 5개 필지의 공동주택 분양사업 배당 이익'은 배임과 무관하다고 봤습니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마땅히 확보했어야 할 배당 비율도 70%가 아니라 50% 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1심 재판부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면서도 배임으로 인한 결과적 피해는 검찰 주장처럼 4천 8백 95억 원이 아니라 1천 1백 28억 원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결국 검찰이 아니라 1심 재판부 판결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대장동 민간업자 등의 배임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를 본 금액은 약 1천 1백 28억 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6. 그런데 재판부는 배임 피해 금액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다면서 특경 배임이 아니라 업무상 배임을 적용한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특경 배임)은 배임 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적용할 수 있는 법률입니다. 특경 배임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배임 피해 금액이 범죄 성립 시점에 최소한 5억 원 이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배임죄 성립 시점에는 피해 금액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다면서 배임 피해 금액을 특정하지 않아도 적용이 가능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유동규, 김만배 등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배임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배임죄가 성립된 시기, 즉 배임 행위와 관련된 각종 인허가 행위 등이 있었던 시점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을 수 있는 이익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막대한 금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존재했지만, 정확한 이익 규모가 어떻게 될지 그 시점에는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사가 전체 이익금 중 일정 비율을 배당받는 방식 대신 고정 금액인 1천 8백 30억 원을 배당받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손해 본 금액이 얼마인지도 범죄 성립 시점에는 특정할 수 없었다고 1심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 그러므로 피해 금액이 특정되어야 하는 특경 배임죄를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 논리입니다. 다만 배임죄 성립 시점에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을 뿐이지, 적지 않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분명했으므로 금액 특정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고 1심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 역시 배임죄 성립 시점에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을 뿐, 결과적으로 배임 행위로 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를 본 금액은 약 1천 1백억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조금 더 설명하겠습니다.
7. 배임 피해 금액을 특정하지 못했으니 추징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추징 또는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패재산"은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을 뜻할 뿐 아니라,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1심 재판부는 배임죄 성립 당시 기준으로 이익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임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배임 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1천 1백 28억 원 손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1천 1백 28억 원을 김만배 등이 (결과적으로)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인하여 부당하게 얻게 된 재산, 즉 "부패재산"으로 규정했습니다.
8.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배임으로 인한 부당 이익 규모 역시 총 1천 1백 28억 원이라는 뜻이죠?
맞습니다.
1심은 업무상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유죄 판단된 업무상 배임죄와 관련된 "부패재산", 즉 김만배 등이 범죄로 인하여 부당하게 얻은 재산을 1천 1백 28억 원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9.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왜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는) 428억 원만 추징 결정한 것이죠?
재산 피해가 있는 범죄의 경우 범죄 피해자가 민사 절차를 통해서 피해 금액을 범죄자로부터 받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패재산몰수법 6조에서는 범죄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범죄자로부터 "부패재산" 전부 또는 일부를 추징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환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 국가가 대신 피해 금액을 받아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례 조항입니다.
그럼에도 판결을 통해 인정된 "부패재산" 전부를 항상 국가가 추징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패재산 중 얼마만큼을 추징의 대상으로 삼을지는 재판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재량 사항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 1심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부당하게 얻은 재산("부패재산") 1천 1백 28억 원 가운데 김만배에게만 428억 원을 추징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적어도 이 사건을 통해 피고인 김만배가 과거 공직에 있던 피고인 유동규에게 지급하거나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확인·특정된 금액"만큼은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이를 추징함으로써 부정한 이익을 박탈하여 보유하지 못 하게 함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상이 1심 재판부가 김만배에게 428억 원만을 추징하기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 중 오로지 김만배에게만 추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남욱과 정영학에게 1심 재판부가 부과한 추징금은 없습니다.
10. 그렇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2심에서 추징금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2심에서 추징금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했다면 설사 2심 재판부가 1심과 동일한 판단을 하더라도 재판부 재량에 따라 428억 원보다는 많은 금액을 추징금으로 부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1심 재판부도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확보한 부당 이득, 즉 "부패재산"의 총액은 1천 1백 28억 원이라고 판단했지만, 그중 428억 원만 추징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1심보다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따라서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부과할 수 있는 추징금 상한선도 1심이 결정한 '428억 원'의 이하 금액으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물론 대법원 판례상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징역형의 형량을 낮추면서 추징금을 그만큼 올려서 전체적으로 1심 판결에 비해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는 수준으로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추징금을 크게 올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추징금이 '사실상' 428억 원으로 확정됐다 또는 2심에서 추징금 액수를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이익금 규모로는 7천 8백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 6천억 원, 1심 재판부가 배임 관련 부패재산이라고 인정한 1천 1백 28억 원 가운데, 대장동 민간업자 중 오로지 김만배만 428억 원 '이하'를 추징금으로 납부하게 됐고, 남욱과 정영학은 추징금으로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사실상 확정된 것입니다.
11. 민사소송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으니 추징금이 작아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도 있던데요?
1심 재판부 판단과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배임 범죄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심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이미 밝혔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피해자가 있는 재산범죄의 피해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범죄자를 상대로 민사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피해재산"도 몰수 및 추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이 있습니다. 범 죄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한 것이 "심히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범죄자로부터 추징하고 이를 국가가 피해자에게 환부하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범죄피해재산의 특례) ① 제3조의 재산이 범죄피해재산으로서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하여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몰수ㆍ추징할 수 있다. ② 이 법에 따라 몰수ㆍ추징된 범죄피해재산은 피해자에게 환부(還付)한다. |
그러므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 본 금액을 추징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회복을 하는 것이 "심히 곤란"한 상황인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심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임 공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중단돼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심히 곤란"하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제기한) 위 각 민사소송은 현재까지 1심 변론기일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대장동 개발사업 진행과정에서 있었던 업무상배임 관련 이재명, 정잔상에 대한 형사재판은 이 법원에서 계속 진행 중이고, 그마저도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이므로 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곤란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에 대한 1심 판결문 중 - |
따라서, 민사소송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으니 추징금이 작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은 1심 재판부 판단에 따르면 타당한 주장이 아닙니다. 바로 그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심히 곤란"한 상황이라 추징금을 부과한 것이라고 재판부가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12. 그래도 한참 지난 후에는 민사소송으로 피해 회복이 가능한 것이죠?
형사소송이 모두 끝나고, 형사소송에서 배임 등에 대한 유죄가 확정돼 민사소송의 근거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민사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배임죄 폐지 여부입니다. 정부 방침대로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형사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회복 자체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1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과 업무상 배임죄 중 배임죄만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1심 재판부가 추징 대상으로 규정한 "부패재산"도 김만배 등이 배임 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혐의를 유죄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김만배 등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유죄 선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서라도 2심 등을 거치며 최종 '유죄'가 확정되어야 지금 수준의 추징금 규모라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민사소송에서도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에 대해서라도 유죄가 확정되어야 피해를 회복할 현실적 가능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만약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업무상 배임죄 부분이 면소 판결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이미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사실상 확정된 김만배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형사재판에서 추징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추징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재산범죄 등에 대한 유죄 판결이 근거가 되어야 하는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1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2심 또는 3심에서 배임 혐의도 면소 판결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배임죄 폐지로 대장동 민간업자들 형사재판이 대부분의 재산범죄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로 종결된다면, 형사재판이 끝난 뒤에도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민사소송에서는 형사재판 판결을 근거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데 대부분 무죄 또는 면소로 결론이 난 판결을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제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형사절차인 추징을 통해서든 민사절차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통해서든 피해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3. 그러니까 배임죄가 폐지되면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추징이든 민사든 한 푼도 뺏기기 않을 수 있다는 건가요?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배임죄 폐지 후 대체입법을 하고, 대체입법을 통해 도입된 법에 근거해 김만배 씨 등을 검찰이 다시 기소하고, 그 이후 다시 진행될 형사재판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다면, 추징이나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회복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배임죄 폐지 후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와 같은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