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낙엽의 계절입니다. 중견화가 이영수 작가는 낙엽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이라고 규정합니다. 싱싱한 낙엽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탐구합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REMAIN - Between Disappearance and Light /12월 3일까지 / 모마 케이 갤러리]
떨어진 은행잎이 바닥을 노란 물감으로 물들인 듯합니다.
겹겹이 색을 쌓으며 억만년을 버텨온 은행나무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상징에 더해 작가는 은행나무의 생태적 특성에 주목합니다.
식재료와 약재, 목재로 쓰이는 효용성뿐 아니라, 식물인데도 남녀의 섭리를 따르고 있다는 겁니다.
[이영수/작가 : 은행은 사람처럼 암나무 수나무가 따로 있어요. 그래서 암나무 수나무가 옆에서 이렇게 가지런히 붙어 있어야 은행이 열지 절대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은행이 안 열려요.]
숲 속 바닥에 쌓인 각양각색의 낙엽들, 나무에서는 떨어져 나왔지만, 싱싱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비가 그친 뒤 물기가 남아 있는 낙엽을 밟으며 작가는 화가적 상상력을 넘어선 자연의 원리와 인생의 의미를 돌아봅니다.
[이영수/작가 : 가을비가 온 촉촉한 그 낙엽에 반짝반짝 빛이 나면서 굉장히 화려하게 다가와서, 어 이게 무슨 지는 황혼이고 지는 노을이고 인생의 황혼인가.]
특히 낙엽은 나무 본체가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희생한 것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영수/작가 : 아 얘는 이 영원히 가는 게 아니다. 얘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또 새봄이면 다시 피어나는 잎이다.]
호박 가지에 맺힌 물방울은 시간의 흔적과 공간의 무게를 간직한 채 찰나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소우주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숲 속에서 희망을 얻고 위로를 받습니다.
이슬의 소리를 듣고 낙엽의 울림을 느끼며 찬란한 자연의 순환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오세관)
"끝이 아닌 새로운 희망"…'낙엽' 통한 섭리 탐구
입력 2025.11.12 1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