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혐의로 체포된 우크라이나인 용의자
러시아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혐의로 체포된 우크라이나인 용의자가 자신이 전쟁포로라고 주장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고 로이터·dpa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감옥에 수감 중인 용의자 세르히 쿠즈네초우는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탈리아 측이 내 요청을 무시하고 전쟁포로이자 인간으로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단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변호인 니콜라 카네스트리니는 쿠즈네초우가 열흘째 식사를 거부해 몸무게가 9㎏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쿠즈네초우는 채식주의자인데다 췌장염, 특정 음식으로 유발되는 자가면역 질환인 셀리악병이 있는데도 입에 맞는 식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비흡연자인데 종일 담배를 피우는 수감자들과 같은 방에 수감됐다고 토로했습니다.
쿠즈네초우는 2022년 9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발트해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혐의로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습니다.
유럽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독일 검찰은 그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용의자가 이의를 제기해 독일로 송환 여부를 두고 재판 중입니다.
쿠즈네초우는 독일 검찰이 신원을 확인한 우크라이나인 용의자 7명 중 하납니다.
독일 당국은 우크라이나보안국(SBU) 장교 출신인 그가 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폴란드에서 또다른 용의자 볼로디미르 주라울레우가 붙잡혔습니다.
그러나 폴란드 법원은 "국가를 위해 한 행위와 관련해 직무상 면책받을 권리가 있다"며 독일 측의 인도 청구를 기각하고 석방했습니다.
폴란드 법원은 노르트스트림 폭파를 군사적 행동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러시아 가스관이 전쟁 중 합법적 군사 목표물이었다는 용의자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 폭파가 우크라이나 잠수부들의 공작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국제적 테러'라며 수사를 재촉해 왔습니다.
노르트스트림 종착지이자 러시아와 함께 가스관을 건설한 독일이 3년 넘게 수사 중이지만 유럽의 다른 우크라이나 지원국은 냉랭한 반응입니다.
폴란드 정부 인사들은 노르트스트림 폭파가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며 법원이 재판을 하기도 전에 용의자 송환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다며 노르트스트림을 건설 때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주라울레우는 지난해 7월에도 폴란드에서 소재가 파악돼 체포될 뻔했으나 우크라이나 대사관 차량을 타고 본국으로 도주했습니다.
당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못마땅히 여긴 폴란드 정부가 도주를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폴란드 정부에서 경고를 받고 조치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노르트스트림 폭파 공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적인 발레리 잘루즈니 현 영국 주재 대사가 작전을 지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쿠즈네초우는 1심에서 송환 결정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 뒤집혀 다시 재판받고 있습니다.
WSJ은 쿠즈네초우가 독일로 송환되면 우크라이나 정부의 역할이 공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며 이 수사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균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