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내란 재판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출동 지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방첩사령부 간부들 증언을 직접 반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늘(1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속행 공판을 열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지난해 12월 3일 출동 지시를 받은 유재원 방첩사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유 대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이 지휘관 회의를 하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하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유 대령은 "당시 정 처장이 메모를 읽으며 '이 계엄은 적법한 절차다. 그러니 너희가 따르지 않으면 항명에 처한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또, "정 처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사령관을 통해 자신에게 떨어지는 지시를 하달하는 거라고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지시 내용에 대해서는 "선관위 사무국과 여론조사 꽃의 전산실을 확보하는 게 임무라고 말하면서, 만약 안 되면 하드디스크를 떼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들은 유 대령은 사이버 보안실에 수사관 자격이 없다고 이의제기했고, 이튿날 새벽 사이버보안실과 지시에 위법성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토의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유 대령에게 "계엄이란 건 유사 군정과 비슷해서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 당국이 입법부를 제외하고는 행정·사법 업무를 직접 관장하거나 지휘·감독할 권한이 법에 의해 주어진다"며 "정부 부처에 들어가서 수사 목적으로 압수해오는 건 별도의 문제지만, 거기 있는 자료라든가 DB(데이터베이스) 현황을 점검하거나 확인하는 건 계엄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유 대령은 "그것도 절차에 맞게 적법하게 해야지 그냥 떼오라고 지시하면…"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재차 "떼오는 게 아니라, 가서 점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대령이 "점검하더라도 특별수사관 자격이 돼야 하는데 저희는 아니었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계엄법 7조에 따라 선관위, 정부 어느 부처든 간에 사이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것도 수사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특검 측은 "'서버를 확보해라, 안되면 하드디스크를 떼와라'라고 지시받은 부분이 있어서 당시 (업무를) 수사라고 받아들인 게 맞느냐"고 물었고, 유 대령은 "점검은 아니라고 인식했다"고 답했습니다.
유 대령은 증언 말미 할 말이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 "12·3 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 내부에도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꼭 기록에 남겨달라"고 말했습니다.
오전에는 유 대령과 함께 선관위 출동 임무를 받은 양승철 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중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양 중령은 정 전 처장으로부터 포고령 2호에 따른 선관위 출동 지시를 받은 뒤 자리에 함께 있던 8명과 함께 임무의 정당성을 따져봤다고 증언했습니다.
양 중령은 "8명은 대통령, 장관님, 사령관님 지시를 받아서 임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임무의 정당성을 따져봤을 때 정당하지 않다는 게 결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 당시 문제가 된다고 결론을 냈지만, 출동을 안 하면 항명죄를 받을 수 있으니 일단 출동을 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증언에 대해서도 "포고령뿐만 아니라 계엄법 7조에 보면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 당국이 그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고, 8조에 의하면 지휘·감독을 통해서 관장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선관위의 업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행정 업무인데, 계엄법상의 검토를 안 하고 포고령만 봤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양 중령은 "포고령만 보고 판단을 했다"며 "저희한테 지시가 들어온 것은 사물(데이터 확보)에 대한 것이었는데, 포고령은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상부, 참모장, 사령관으로부터 '왜 빨리 안 가냐'는 식의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인 명령은 내려온 적이 없지 않으냐"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법적 검토를 하고 일단 출동하자고 한 거 아닌가"라고 물었고, 양 중령은 "자유스러운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