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1.8% 하락 4,000선 내준 채 마감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한 25조 5천억 원까지 불어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자본재 등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을 신용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9일) '최근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증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융자잔고는 25조 5천억 원으로, 과거 최대치(2021년 9월 13일·25조 7천억 원)에 근접했습니다.
특히 코스피가 4,000대까지 상승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잔고는 15조 8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빚투 증가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일반 현금매수와 신용매수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4월부터 10월 말까지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현금매수로는 대규모 순매도를 지속했는데, 신용매수는 오히려 늘렸습니다.
지난 2021년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매수와 신용매수를 동시에 확대하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업종별로 보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10월 말까지 반도체·자본재 등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일반거래에서 순매도했습니다.
그러나 신용투자는 이들 종목에 집중되는 등 외국인 순매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올해 10월 말 결제일 기준 유가증권 신용융자 잔고 중 자본재 비중은 27.7%(3조 9천억 원), 반도체는 15.8%(2조 2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시장 조정을 기대하며 그간 상승했던 종목을 순매도하거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그룹과, 반도체·자본재 상승에 레버리지(차입) 투자하는 그룹으로 양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신용융자가 자본재·반도체에 집중돼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해당 업종 가격 하락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