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여권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인의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복수 입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금부터 러시아 국민은 복수 입국 비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며 "EU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EU는 이 같은 조치가 공공 정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서 반체제 인사와 독립 매체 언론인, 인권 관련 인사에게는 제한적인 예외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전쟁을 시작해 놓고 유럽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EU 여행은 당연한 것이 아닌 특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U는 이미 2022년 말 러시아와 기존에 맺었던 비자 간소화 협정을 중단하고, 비자 발급 비용을 올리는 등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를 좀 더 까다롭게 바꿨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러시아의 위협을 더 크게 체감하는 발트 국가들은 러시아인의 입국 자체를 금지하거나 엄격한 제한을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솅겐 비자를 받은 러시아인이 50만명에 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러시아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유럽을 활보했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작년 솅겐 지역 내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한 복수 비자를 받은 러시아인은 2019년의 400만 명에 비해서는 크게 적다면서도, 친러시아 국가인 헝가리, 관광 대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여전히 러시아 국민에게 거리낌 없이 비자를 내주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솅겐 국가는 1985년 룩셈부르크 솅겐에서 체결된 솅겐 조약에 가입된 유럽 나라로, 이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와 같은 절차를 면제함으로써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합니다.
EU의 이번 비자 제한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채워 가고 있지만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몰하는 등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우려도 부쩍 커졌다는 점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7일에도 미심쩍은 드론의 출몰로 유럽 내 최대 화물 공항 중 하나로 꼽히는 벨기에 동부 리에주 공항의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