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단이 오늘, 돌연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명품 가방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김씨는 전성배씨에게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명품 가방 선물에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앞으로의 재판 전략도 드러냈습니다.

"부적절한 처신 깊이 반성"..."샤넬백 받았지만 그라프 목걸이는 안 받았다"
김건희 여사는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보다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실망을 안겨 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공소 사실 일부를 인정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 공모하거나 어떤 형태의 청탁, 대가 관계가 없었고,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했습니다. 김씨가 지난 2022년 4월에서 7월 사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성배씨를 통해 전달한 금품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씨 측은 그제 샤넬백 수수를 시인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변호인단 입장문 中>
"피고인은 처음에는 가방을 거절하였으나 전성배씨의 설득에 당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더 엄격해야 했음에도 전씨와의 관계에서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잘못을 통감하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성배 씨에게 모두 반환하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피고인은 처음에는 가방을 거절하였으나 전성배씨의 설득에 당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더 엄격해야 했음에도 전씨와의 관계에서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잘못을 통감하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성배 씨에게 모두 반환하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씨 측은 특검 수사를 비난했습니다. 전성배씨가 변호인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를 배제한 채 장시간 면담과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 수사보고조차 남기지 않은 것은 명백히 절차적 적법성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금품 전달 사실을 자백한 전성배씨의 진술을 흔들려는 의도도 엿보였습니다. 전씨의 진술이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번복되었다는 것입니다.

돌연 '금품 수수' 인정...건진법사,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자백이 영향
줄곧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던 김씨의 태도가 바뀐 것은 핵심 증인들의 자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알선수재의 공범으로 지목된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수사기관에서는 부인하던 금품 전달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전씨 측은 "2022년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를 통일교 측으로부터 제공받아 김건희씨의 측근인 유경옥 행정관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 "이후 그라프 목걸이, 가방과 교환한 걸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쯤 돌려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금품을 잃어버렸다는 그간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해당 물품들을 특검에 제출했습니다. 전씨의 자백 사실을 전해들은 김씨 변호인단은 내심 당황하며 추후 재판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도 금품 전달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지난 9월 열린 재판에서 윤씨는 샤넬백 등을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금품이 김건희 여사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씨와 중간 전달자인 전씨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금품이 김씨에게 직접 전달되었다는 객관적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씨가 말을 바꾸면서 금품 제공자와 전달자의 진술이 모두 확보되었습니다. 샤넬백 등 금품의 구체적인 전달 경로와 회수 과정도 여러 증거와 함께 드러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 측은 금품수수 사실을 아예 부인하는 '모르쇠' 전략이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입장문에 드러난 재판 전략...'알선수재' 피하기
김건희 여사 측의 향후 수사와 재판 대응 전략은 입장문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습니다. 김씨 측은 "특검이 금품 수수의 대가로 여러 청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청탁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 권한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청탁'으로 지목되는 것들도 단지 기대나 호의 수준의 언급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 입장문 中>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는 실제 피고인이나 대통령에게 구체적 청탁을 한 사실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할 것입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는 실제 피고인이나 대통령에게 구체적 청탁을 한 사실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할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 측은 금품수수 사실은 최소한으로 인정하면서 죗값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입장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허물어뜨리겠다는 것입니다. 김씨가 받고 있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이 처벌 대상입니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혐의의 전제 조건인 '청탁'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이 주장이 깨진다면 2차적으로 자신이 받은 청탁이 공무원(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겠다는 심산입니다.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대가성은 부인하고, 나아가 윤 전 대통령과 연결되는 고리인 직무 관련성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