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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사상 최대치 찍은 구글…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나? [스프]

[오그랲]
구글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왔습니다. 실적 발표 전부터 워낙 장이 뜨겁게 타오르는 상황인지라 계좌 확인하고 기분 좋은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수많은 기술 기업 가운데 구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다른 기업들과 달리 구글은 초반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최근 들어선 다시금 구글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 듯하죠. AI가 '검색의 시대'를 끝낼 거라는 대담한 전망까지 나오는 지금, 과연 검색 왕국 구글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요? 5가지 그래프를 통해 구글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쾌속 상승 이어가는 구글 주가... 반독점 문제도 이젠 끝?
빅테크 7인방, M7 가운데 지금 상승세만 보면 구글의 흐름이 가장 눈에 띕니다. 지난 메타 편에서 M7의 상황을 다룰 때만 하더라도 구글은 연초와 비교하면 주가가 마이너스였어요. 구글 나름대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엔비디아, 메타, MS와는 달리 주식 시장의 평가는 가혹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10월 23일 기준으로 M7 기업들의 주가 그래프를 다시 그려봤습니다.

빅테크 일곱 기업 가운데 연초와 비교해서 구글은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잘 나가는 엔비디아가 31.7% 상승했는데, 구글은 그보다 더 높은 33.6% 상승을 기록했죠. 구글 그래프를 보면 유독 9월에 급격한 상승이 있었는데요, 도대체 9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구글의 발목을 계속 잡던 반독점 판결의 결과가 바로 이때 나왔습니다. 2020년 이후 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5개나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검색 엔진 시장 독점 소송과 디지털 광고 산업 독점 소송이죠. 이번 9월에 결과가 나온 소송은 지난 2020년 10월에 시작되었던 검색 엔진 시장 건이었습니다.

구글의 검색엔진 크롬이 그 주인공인데, 크롬이 세상에 등장한 건 2008년 12월로 아직 채 20년이 되질 않았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크롬은 초창기의 웹 브라우저들을 다 꺾고 지금은 압도적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웹 브라우저의 1인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구글의 크롬이 성장하면서 웹 브라우저 점유율 3파전 흐름으로 흘러가죠. 승자는 아시다시피 구글이었습니다.

구글은 검색 엔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쌓았고, 그걸 기반으로 크롬의 영향력을 높였습니다. 2025년 10월 현재, 크롬의 점유율은 71.9%로 압도적이죠.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과 검색 광고 시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독점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소송을 걸었어요. 그리고 지난해 8월에 법원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277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의 핵심 문장은 이겁니다.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해 왔다."

판결을 내린 판사는 구글이 배타적인 계약을 통해 독점적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했다고 인정했죠. 남은 쟁점은 구글이 갖고 있는 검색 시장의 독점 지배력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였습니다.

법무부는 크롬 분리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주장했어요. 물론 당연히 구글은 반발했고요. 올해 4월부터는 그 방안을 두고 재판을 이어오고 있는데, 크롬의 강제 매각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AI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크롬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AI 서비스 유통에 골머리를 갖고 있던 기업들이 크롬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거죠. 당연히 구글은 크롬을 팔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주가는 상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2일에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겁니다. 크롬을 강제로 매각할 필요 없다고요. 강제 매각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자 주식 시장은 반응했고 그 결과가 앞서 살펴본 그래프였습니다. 구글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9월 15일에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역대 4번째 기록입니다.

다만 법원은 검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 구글이 경쟁사들에게 자신들의 검색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라 지시했어요. 하지만 구글은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가 자신들의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입장이라 항소 가능성도 남아 있어요. 법무부의 항소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바드로 체면 구긴 구글... 제미나이로 절치부심
구글의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 해소도 해소지만 이 것만으로 주가 상승을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에는 구글의 기술력이 있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AI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과거엔 구글 모델이 자주 언급되질 않았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돌 정도로 모델의 성능 차이가 나서 소비자 입장에선 오픈AI의 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우선이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오픈소스인 메타의 라마나 중국 모델들이 먼저 나오는 게 현실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최근엔 구글의 기술력이 미친 거 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중순에 뜬금없이 LM아레나*에 정체불명의 모델 하나가 등장합니다. 이름하여 '나노 바나나'. 나노 바나나는 기존 이미지 생성 모델들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품질을 보여줬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노 바나나로 피규어 이미지를 만드는 게 한 때 유행하기도 했죠.

(LM아레나 : 비교를 통해 대형 언어 모델(LLM)을 평가하는 웹 기반 플랫폼)

이 모델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를 두고 관심이 많았는데,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름 모를 기업이 딥시크 쇼크에 이어서 또 다른 대단한 모델을 만든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어요. 이 모델, 알고 보니 구글의 것이었습니다.

나노 바나나뿐 아니라 구글은 제미나이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리며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상, 음성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발전된 모델들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글 AI의 시작은 험난했습니다. 사실 성능이 형편없었죠.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바드 기억하시나요?

원래 AI 선두주자는 구글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라는 개념이 확 와닿았던 이벤트는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이었습니다. 이 알파고를 만든 게 구글의 딥마인드였죠.

하지만 AI 역사상, 과장을 보태서 기술 역사상 인류에게 유례없는 파급력을 가져왔던 건 오픈AI의 GPT-3.5였습니다. 2022년 11월 30일에 공개된 이후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어요. GPT의 기술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도 구글에서 만들었는데, 옆 집에서 계속 치고 나가니 구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었죠.

(트랜스포머 : 문장을 읽을 때 순서대로 보지 않고, 단어 간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 문장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 인공신경망 구조)

그래서 구글은 2022년 12월, 베테랑 개발자인 시시 샤오에게 100일 안에 챗GPT와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라는 특명을 내립니다. AI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 온 구글이 언어 모델을 안 갖고 있을 리 없죠. 구글은 자체적으로 LaMDA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2021년에 이미 공개했었지만, 대중들에게 서비스하진 않았어요. 당시까진 오류가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글은 람다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신속하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구글 전사에서 100명의 인재들을 차출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게 바로 바드입니다.

바드 정식 출시에 앞서서 선공개한 영상에서 바드는 엉뚱한 대답을 뱉어냅니다. 이 대답 한 번으로 구글 주가는 7%가 빠졌고, 126조가 증발해 버렸어요. 그 시기 옆 집 오픈AI에서는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GPT-4를 공개했죠.

이대론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 구글은 모델의 세대교체를 위해 개발, 연구 역량을 집중합니다. 구글의 AI 연구는 영국의 딥마인드, 미국의 구글 브레인 이렇게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두 조직을 구글 딥마인드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합치고 그 수장엔 데미스 허사비스를 앉혀 모델 개발을 맡겼어요. 그리고 2023년 12월에 드디어 제미나이 1.0이 공개되었죠.

공개 초창기에는 다른 모델과의 성능 차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델 버전이 올라가면서 사용자들이 성능 변화를 직접 느낄 정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그 결과는 점유율로 증명되고 있죠.

여전히 업계 1위는 오픈AI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최근으로 올수록 오픈AI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어요.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건 구글의 제미나이입니다. 1년 전 오픈AI가 87.1%, 제미나이가 6.4%였지만, 지금은 오픈AI는 74.1%로 줄어들었고, 제미나이는 12.9%로 2배 늘어났어요.


번 돈의 14%는 R&D에 투자... 노벨상이 굴러 들어오네?
올해 노벨 위원회가 주목한 물리학은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연 양자실험 영역이었습니다.

전자회로에서 양자역학의 터널링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해 낸 3명의 과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었죠. 구글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노벨물리학상 이야기를 하나 싶겠지만, 이번 수상자 3명 중 2명이 구글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미셸 드보레는 현재 구글 퀀텀AI의 최고과학책임자로 일을 하고 있고요, 존 마니티스는 과거 구글 퀀텀AI의 하드웨어팀을 이끈 리더였어요.

작년에는 노벨화학상에서 구글 현직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알파폴드를 만든 구글의 연구진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어요.

거기에 노벨물리학상에서는 구글에서 AI 연구를 리드해 온 제프리 힌튼이 수상하면서 최근 2년 사이에만 구글 전현직자 5명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거죠.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가 자신의 SNS에 구글의 위엄을 자랑할 만큼 대단한 성과를 보인 겁니다.

이런 흐름을 두고 구글이 제2의 벨 연구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민간기업 연구소 중 단연 독보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건 알렉산더 벨이 만든 AT&T 벨 연구소입니다. 벨 연구소 소속 연구진 가운데 무려 13명이 노벨상을 수상한 바가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실적을 자랑하죠.

제2의 벨 연구소라는 별칭이 나올 정도로 구글은 다양한 과학 영역에 걸쳐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나 AI를 활용한 연구로는 따라올 연구소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차세대 핵융합 에너지에 AI를 도입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 유체역학의 복잡한 방정식이자 밀레니엄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트로크 방정식의 해법을 찾기 위해 AI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주의 중력파를 AI와 연계해서 연구를 하고 있죠.

물론 구글의 연구진들이 순수 연구만 하는 건 아닙니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업화할 영역은 상업화하고 그걸로 기업에 이윤을 높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니까요. 그러다 보니 일부 연구자들은 제품 생산이나 상업화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있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영역과 응용 파트를 잇는 R&D 전략이 구글의 경쟁력에 큰 도움을 준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기반엔 상당한 규모의 R&D 투자가 자리하고 있고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구글의 R&D 투자 규모입니다. 2010년 38억 달러 수준이었던 투자액이 작년엔 494억 달러로 증가했어요. 2024년 기준으로 아마존에 이어 전 세계 2위 규모입니다. 지난 15년 간 13배 늘어났고, 전년 대비 평균적으로 21% 늘려오면서 꾸준히 R&D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구글은 버는 매출의 14. 4%를 자신들의 기술 개발, 연구에 투자해 왔어요.


AI로 검색 시대 종말? '검색 왕국' 구글이 꿈꾸는 미래는
열심히 R&D 투자해서 AI 개발 열심히 하는 구글. 구글은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제미나이를 적용하여 AI 기반의 서비스 고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구글의 제 살 깎아먹기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AI에 투자도 늘리고, 기술 개발하는 거 다 좋은데 과연 이게 구글에게 좋은 일일까 싶은 거죠.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자료로 그려본 구글의 수익 구조입니다. 전체 수익 964억 달러 가운데 구글 검색 광고, 유튜브 광고, 광고 파트너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구글 수익 가운데 광고 파트가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해오고 있어요. 그중 절대다수가 검색 광고고요.

문제는 AI가 발전하면서 검색 시장을 점점 갉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구글이나 빙, 네이버 등 포털에서 검색을 하다 보면 AI가 종종 답변을 요약해 주곤 합니다. AI가 뱉어낸 대답이 만족스러우면 굳이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 없이 우리는 검색을 마치죠. 이른바 '제로 클릭 검색'입니다. 클릭 없이 검색하는 경험이 일상화되면 기존 사이트들 입장에선 트래픽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구글의 광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을 겁니다. 실제로 지난 1, 2분기엔 AI를 적용한 검색 서비스의 영향으로 구글의 광고 실적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트래픽이 줄어들고 더 이상 이용자들이 들어오지 않는 웹사이트들이 많아지면 굳 이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구글이 노출할 사이트 자체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이제 사람들이 검색을 할 때 구글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겁니다. 검색이 곧 구글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겁니다.

2006년 6월에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검색한다는 의미로 '구글'이 등재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최근 영미권 10대들은 검색한다는 단어를 사용할 때 굳이 구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그냥 search인 거죠.

Z세대들은 식당을 검색할 땐 틱톡에, 물건을 살 땐 아마존에, 숙제를 할 땐 챗GPT를 사용하고 있어요. 한 설문조사에서 Z세대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구글 대신 틱톡, 레딧,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찾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죠.

어도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4명 중 1명은 정보 검색 할 때 구글보다 챗GPT를 선호한다고 얘기했고요. 게다가 최근엔 챗GPT가 자체 웹 브라우저인 아틀라스를 출시한 만큼 검색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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