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밀레이 대통령 임기 후반 국정 운영 향배를 결정할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우파 집권당이 좌파 야당에 압승을 거뒀다는 잠정 개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프랑코스 수석장관(총리급)은 현지시간 26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상·하원 선거 90% 개표 상황에서 자유전진당이 40.85%, 페론주의(좌파 포퓰리즘 성향) 야당이 24.85%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집계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의원 24명(전체 72명의 ⅓)과 하원의원 127명(전체 257명 중 약 절반)을 선출하는데, TV토도노티시아스와 일간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하원의 경우 127석 중 여당이 최소 64석, 페론주의 야당이 최소 31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확한 의석 배분은 공식 개표 종료 후 나오게 되지만, 집권 여당인 자유전진당은 이번 하원 선거 대상이 아니었던 나머지 130석 중 이미 확보한 의석을 합쳐 '최소 ⅓ 이상'(86석)이라는 1차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원 86석은 야권 단독 입법을 견제하고 정부 입법안에 대한 야당의 부결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저지선입니다.
상원에서도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주요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더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TV토도노티시아스는 전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이 입을 모아 "예상치 못한, 놀라운 여당의 승리"라는 반응을 보인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미 내 '핵심 우군'으로 꼽히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대 400억 달러(57조 6천억 원 상당) 규모의 관대한 경제 지원 조건으로 '여당 승리'를 내건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밀레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금융·재정 지원과 관련해 "선거에 패배하면 아르헨티나를 돕기 어렵다"는 '외국 정치 개입성'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정책 추진 방향과 정치적 스타일이 트럼프 대통령과 닮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직후 '전기톱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통해 아르헨티나 물가 지수를 대폭 낮추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장치 없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측근들의 부패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고, 지난달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중간선거 여당 승리로 밀레이 대통령은 4년 임기 중 남은 2년여간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