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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금에 다 빠진 발톱…"형사 오면 숨었다" 대 이은 착취 (풀영상)

[단독] 소금에 다 빠진 발톱…"형사 오면 숨었다" 대 이은 착취 (풀영상)
<앵커>

지난 2014년과 2021년, 전남 신안군에서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죠. 그런데 또, 신안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에게 강제 노동을 시킨 일이 드러났습니다. 가족들은 이 남성이 실종된 뒤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수십 년 간 노동 착취를 당했던 겁니다.

먼저 하정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하정연 기자>

60대 장 모 씨가 취재진에게 처음 꺼낸 단어는 '형사'였습니다.

[장 모 씨/염전 노동 피해자 : 형사들이 막 돌아다니니까 검사하려고‥. 이러고 내다봐, 형사 갔나 안 갔나.]

IQ 42, 중증 지적장애인인 장 씨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염전에서 경찰 단속을 피해 숨기를 반복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장 모 씨/염전 노동 피해자 : 창고에 숨어 가지고, 산에 가서 숨어 가지고 있었지.]

20대 후반이던 1988년 경기도 성남에서 실종된 장 씨를 가족들은 죽었다고 여겼습니다.

[피해자 여동생 : 돌아가신 줄 알고 엄마랑 아버지랑 오빠랑 해서 제사 같은 거 해주고….]

그렇게 37년을 지내온 가족에게 지난 7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법원으로부터 광주의 한 요양병원 측이 신청한 성년 후견 절차에 동의하냐는 우편물이 날아든 겁니다.

[피해자 여동생 : 깜짝 놀랐죠. 어머 오빠가 살아 있었어? 막 이래서 다 형제들이 난리가 난 거죠.]

황급히 찾은 광주 요양병원엔 20대 청년으로 사라져 60대 중반이 된 장 씨가 있었습니다.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여동생 : 발톱이 다 소금 때문에 빠졌더라고요. 이도 다 빠져 있고.]

40년 가까이 장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장 모 씨/염전 노동 피해자 : **이가 데리고 갔지. 새벽 4시엔 나가야 해요. 염전 있고, 농사짓고 다 해요.]

장 씨가 말한 이름은 전남 신안군 신의도의 염전주였습니다.

직접 섬을 찾아갔습니다.

염전은 지난해 10월 폐업해 황량했습니다.

일부 주민은 장 씨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신의도 주민 : 몸이 좀 뭐해서 말도 좀 뭐 해 가지고 일 시킨 사람이 요양원에 다가 넣었다고….]

[신의도 주민 : 염전을 안 하니까 어디 갈 데가 없으니까 돌아다니니까 민원도 들어갔을걸….]

이곳이 바로 피해자가 수십 년간 일했던 염전입니다.

그런데 이 염전이 폐업하자 피해자는 바로 요양병원으로 보내졌습니다.

통화가 닿은 염전주 A 씨는 자기는 오갈 데 없는 장 씨를 돌봐준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염전주 : 경찰에 다 얘기했습니다. 더 이상 이제 물어보지 마세요.]

확인 결과, A 씨는 2019년부터 4년 반 동안 장 씨에게 6천600여만 원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돼 최근 벌금 300만 원에 형 집행 1년 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지난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때도 아버지가 유인해 온 지적장애인을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김준희, 디자인 : 이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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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취재 결과 장 씨는 염전주 부자로부터 대를 이어 착취당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11년 전부터 구조할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나 있었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장 씨와 같은 지적장애인을 방치했습니다.

이어서 이태권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태권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장 씨가 머물렀던 광주의 요양병원입니다.

병원 측은 염전주 A 씨 가족이 장 씨를 무연고자로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요양병원 관계자 : (가족이) 전혀 이제 없으니까 그때는 나타난 사람이 없어. 가족이 없으면 (제가) 후견인을 하고….]

그런데 장 씨는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때 이미 수사 기관에도 피해자로 인지됐던 걸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염전주 부자는 당시, 또 다른 지적장애인 B 씨를 유인해 착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는데, 이 수사 자료에 장 씨가 등장합니다.

염전 노예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아버지로부터 염전을 물려받은 A 씨가 이 두 장애인을 섬에서 빼돌려 전남 무안의 가족 집 등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당시 장 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인권센터가 상담한 염전 강제노동 피해자 명단에도 포함됐지만,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의도 주민 : 그 양반 오래됐지 여기 있는지. (그렇죠, 한 20년은 됐죠.)]

지난 2021년 또다시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지면서 관계 당국의 점검이 이뤄졌고, 2023년에는 신안군이 장 씨의 실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염전주를 수사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는 가해자인 염전주와 분리되지 않은 채 조사를 받았고, 이 기간 염전에 그대로 남겨졌습니다.

[장 모 씨 동생 : 그게 정말 화가 나고 작년이라도 아니면 21년이라도 그때 좀 불거졌을 때 알려만 줬어도….]

경찰은 장 씨 가족 한 명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고, 장 씨가 거부해 A 씨와 분리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자체도 비슷한 반응인데,

[신안군청 관계자 : 본인들이 '나 지금 잘 지내고 있다' (라고 하면) 바로 좀 (분리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최정규/염전 노동 피해자 대리인 : 구조해낼 골든 타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계속 그 학대 현장에 있겠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둬야 돼요? 착취를 당하도록 내버려둬야 돼요? 그게 국가랑 옹호기관의 역할이 아니잖아요.]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기 쉬운 지적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책임 회피적 행정이 거듭되면서 장 씨에 대한 착취는 길어진 셈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오영춘·강시우, 영상편집 : 신세은, VJ : 김 건, 디자인 : 이종정·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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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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