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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30년 걸렸는데…절반 이상 죽고 관리 엉망

개발 30년 걸렸는데…절반 이상 죽고 관리 엉망
<앵커>

은행나무, 가을의 상징 가운데 하나지만, 열매 특유의 악취는 달갑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이 냄새가 없는 은행나무 신품종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 신품종 잘 자라고 있는지 저희가 확인해 봤더니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박세용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림과학원이 지난해 3월 신품종 등록을 마친 은행나무 '이룸 1호'입니다.

열매가 안 열려 냄새날 일이 없고, 좁은 원뿔 형태로 자라나서 교통 표지판이나 간판을 덜 가립니다.

도심 가로수에 최적화된 품종으로 지자체 관심이 높아 산림과학원은 묘목을 키워 전국에 보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묘목은 잘 자라는지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무궁화나무만 가득할 뿐 묘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직원 : 성장이 좀 많이 안 좋고 그래서 지금 저희가 이제 그거는 (묘목을) 폐기를 한 상태고요.]

30여 년 연구 끝에 어렵게 개발해 신품종 등록까지 마친 국유 품종 묘목들을 제대로 못 길러서 다 버렸다는 겁니다.

황당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폐기 경위를 거듭 묻자 뒤늦게 산림과학원에서 묘목을 찾았다고 연락해 온 겁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직원 : 정말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까맣게 잊어버린 거예요. 저희가 다 이제 옮겨놨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관리했기에 옮긴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던 것일까?

묘목을 옮겼다는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아, 여기 있구나.]

그런데 7년 전 처음 심은 묘목 42그루 가운데 18그루만 남아 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죽어버린 겁니다.

게다가, 남은 것 중에 잎이 없이 앙상한 것들도 있습니다.

[얘는 죽었을 수도 있어요.]

산림과학원 측은 담당자가 착각했을 뿐 묘목 관리는 부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산림과학원 측은 또 이룸 1호 어른 나무의 가지를 이용해 묘목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지금부터 길러서 도심 가로수로 보급하기까지는 최소한 10년 넘게 걸릴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장예은,  작가 : 김효진, 인턴 : 황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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