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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윤석열 면회'…왜 지금 시기에? [취재파일]

장동혁 '윤석열 면회'…왜 지금 시기에? [취재파일]

장동혁 '윤석열 면회' 약속

7월 3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처음 약속한 시점입니다. 당시 장 대표는 당 대표 후보 시절이었습니다. 자칭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해서 한 말입니다. 이때 당 대표가 된다면 적절한 시점에 면회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장 대표는 8월 26일 당 대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면회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50여 일이 지난 시점인 10월 17일, 일반 면회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을 약 10분 동안 만났습니다. 장소변경 접견은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면회, 왜 지금일까?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면회 약속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말했습니다. 그래서 면회 자체를 두고 놀랄 일은 아닙니다. 예상 가능한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면회 시기, 그리고 장 대표가 면회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방식일 것입니다.

장 대표가 면회 날짜를 10월 17일로 정한 건 아니지만, 그전에 신청을 한 만큼 서둘러서 면회를 진행하려 했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서두른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었다는 기류가 당 안팎에서 읽힙니다. 다시 말해 장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면회 약속을 매듭짓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성과를 내야 합니다. 장 대표의 거취 문제, 향후 정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장 대표 입장에선 너무나도 중요한 선거입니다. 선거 국면에서는 윤 전 대통령 면회가 강성 지지층 결집엔 주효할 수도 있겠지만, 중도층 마음으로부터는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양날의 검입니다. 그래서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전인 지금 이 시점에 면회 약속을 실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의 윤 전 대통령 '면회 자체'가 아닌 '면회 시점'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중도층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에 다시 기대기 시작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면회 사실, 토요일 오후 공개

면회 사실을 공개한 시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면회는 10월 17일 금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면회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면회 사실은 다음날인 오후 4시쯤 본인의 SNS을 통해 알렸습니다. 평소 장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면, 보좌진들이나 당직자들이 게시글 내용을 기자단에 전파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보좌진도, 당 사무처 직원들도 면회 사실을 적극 알리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면회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뉴스로 적극 소비되길 원하지도 않았던 겁니다.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면회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정감사 시즌입니다. 이재명 부동산 정책, 민중기 특검 주식 논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출석 문제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얽혀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면회가 이러한 이슈를 잠식하지 않도록 평일도, 일요일도 아닌 토요일을 택했습니다.

면회는 '플러스마이너스'

장 대표에게 이번 면회는 '플러스마이너스' 같은 존재입니다. 약속을 지켰다는 점이 지지층에 어필이 될 수 있지만, 왜 굳이 여당 발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면회를 했냐는 핀잔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일부 지도부를 비롯한 친장동혁계 인사들은 이번 면회가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지도부 가운데 면회를 부적절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약속을 했으니 가는 건 이해하지만, 민주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민주당에서는 면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내란 미화 정치'라며 질타에 나섰습니다.

반장동혁계에서는 장 대표가 사퇴를 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면회 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면회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입니다. 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데 하등 쓸모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면회 또 가나? 가능성 낮아

이번 면회에 대한 국민의힘 내 반응을 '잘했다', '못했다' 딱 두 가지로 나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몇몇 의원들의 반응을 기자가 살펴봤더니, '추가 면회'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약속을 한 게 있으니, 한 번 면회를 한 건 이해할 수도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다만, 추가 면회는 없어야 된다는 생각이 당내에 대체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된다는 겁니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면회까지는 이해하겠고, 이젠 진짜 절연하자."

장 대표의 윤 전 대통령 면회는 이번이 마지막일까요? 주변 취재를 해봤습니다. 정치에서 100%란 없겠지만, 추가 면회는 지금으로선 절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 대표 본인도 내년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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