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조계종 탁본 명장 흥선스님, 탁본 1천여 점 박물관 기증

조계종 탁본 명장 흥선스님, 탁본 1천여 점 박물관 기증
▲ 흥선 스님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불교조계종 탁본 명장인 흥선 스님으로부터 금석문 탁본을 비롯한 총 558건 1천143점의 자료를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습니다.

탁본 자료 기증으로 보면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탁본(拓本)은 돌이나 금속, 나무 등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종이와 먹으로 그대로 찍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표면 위에 종이를 댄 뒤, 먹 방망이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옛 기록을 찾는 작업입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금석문의 내용을 정확히 옮기고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담아내 학술 가치와 예술성을 겸비해 의미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흥선 스님은 40여 년간 금석문(金石文) 탁본에 전념해 온 전문가입니다.

금석문은 돌이나 금속 등에 새긴 기록으로, 고대 역사나 문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당대 사용한 서체나 문양을 연구할 때도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흥선 스님은 불교중앙박물관장, 경북 김천 직지사 주지 등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의 금석문 사업을 총괄하며 관련 연구 기반을 닦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조계종의 첫 탁본 분야 명장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기증한 탁본 자료는 스님이 직접 채탁(採拓·먹물이 묻은 솜방망이로 종이 위를 두드리며 칠하는 과정)하거나 감독해 제작한 것입니다.

시대적으로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아우르며 이름난 승려의 행적을 기록한 탑비, 역사 기록물인 승전비, 묘비에 새긴 글 등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 탁본 부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연합뉴스)

보물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 탁본은 예술성과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통일신라시대 승려인 보조선사 지선(804∼880)을 기리며 세운 탑비는 머릿돌에는 구름과 용의 모습이 조각돼 있고, 몸돌에는 보조선사와 관련한 기록을 담아 가치가 큽니다.

보물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탁본은 고려시대 승려인 혜소국사 정현(972∼1054)의 삶과 주요 행적, 비석의 정교한 용 조각과 서체 등을 정교하게 표현해 중요한 연구 자료입니다.

박물관 측은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기존의 다른 탁본보다 판독할 수 있는 글자가 훨씬 많으며, 글을 새긴 끌 자국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고 입체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탁본, 조선 후기인 1883년에 제작된 정부인 광산김씨(1739∼1805)의 묘비 탁본 등도 기증 자료에 포함됐습니다.

광산김씨 묘비의 경우, 당대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창암 이삼만(1770∼1847)이 함께 글씨를 써 조선 후기 두 명필가의 서체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기증받은 자료를 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또 역사학, 서예사, 미술사 등 여러 연구 분야에서 검토하고 각 유물 자료를 정리해 온라인에서도 주요 정보와 고해상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탁본 제작 과정을 기록하는 기증자 아카이브(자료 전산화)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기증은 탁본의 예술성과 금석문 연구의 중요성을 국민과 공유하는 출발점"이라며 기증의 뜻을 널리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NAVER에서 SBS NEWS를 구독해주세요
댓글 아이콘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