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국민들이 납치 감금됐다는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캄보디아 당국은 물론 우리 정부도 구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숨진 대학생과 함께 감금됐던 일부 피해자들은 현지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범죄조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큰길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를 지나자 빌라 단지가 나타납니다.
차량이 입구를 막고 있고, 경계가 삼엄합니다.
캄보디아 다라사코르 롱베이의 범죄단지 '웬치'입니다.
숨진 대학생 박 모 씨와 함께 감금돼 중국인 조직원들로부터 '2호'라고 불리던 40대 남성 A 씨는 이곳에서 한국인 16명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감금 피해자 : 거실 1개에 방 3개짜리고 여자 숙소는 떨어져 있었는데 오피스텔 한 10평짜리 숙소에 중국 사람하고 한국 사람 섞여서….]
지난 5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한국인들이 감금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캄보디아 경찰이 범죄단지에 들이닥쳤습니다.
그런데 A 씨를 포함한 한국인 6명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눈앞에서 구출 기회를 놓쳤습니다.
현지 경찰이 SBS 방송 화면에 나온 한국인 10명과 신고자 1명만 구출하고 추가 조사도 없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감금 피해자 : 현지 경찰이 딱 그 영상에 찍힌 10명만 데려갔고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당시 캄보디아 경찰과 이민국 직원들만 현장에 출동했고 한국대사관 직원이나 한국 경찰관은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감금 피해자 : 저희 나머지 6명은 중국인들이 경찰들한테 미리 듣고 빼돌리고 보코산 3단지로 이주했는데 피난을 간 거죠.]
납치·감금 실태가 드러난 수차례 언론 보도에도 대사관 직원과 파견 경찰관은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구출 활동에 동행하지 않았고, 현지 당국의 구조 결과만 기다린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대학생 박 씨가 숨진 지 1달이 지나서야 경찰관 2명이 근무하던 한국대사관에 경찰관 1명만 추가로 파견했을 뿐 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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