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과정에 대해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주요 R&D를 10조 원으로 삭감하라고 한 사실을 인정하며 "대통령실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 부총리는 오늘(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R&D 삭감 과정 및 예산 조정을 누가 주도했냐는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초부터 R&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당시 삭감 과정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노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R&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과기정통부는 전년 대비 6천억 원 증액한 25조 4천억 원 규모 주요 R&D 예산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R&D 나눠먹기'를 지적하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고, 7월 6일에는 최 수석이 대통령 보고 이후 주요 R&D를 10조 원으로 맞추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는 2008년 수준이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7일 주요 R&D 예산 10% 이상 구조조정하는 대상 절감 재원을 재투자하는 내용으로 'R&D 카르텔 혁파 및 꿈의 R&D 대전환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5일 최 수석이 대통령에게 10조 원 재검토안을 보고한 후 취소됐습니다.
이후 최 수석은 10조 원을 기반으로 타당성 있는 예산을 하나하나 더해가는 '벽돌쌓기' 방식을 진행하겠다며 증액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월 20일 열린 대통령 주재 용산 내부 토론회에서 대통령실은 17조 4천억 원으로 주요 R&D 예산을 만들 것을 통보했고, 이후 과기정통부의 필요성 설득으로 21조 5조 원 규모 주요 R&D 예산이 만들어졌습니다.
배 부총리는 "혁본에서도 여러 필요성에 대해 계속 보고했고, 그 과정에서 벽돌 쌓기로 진행하고 주도한 것은 경제수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R&D 예산 삭감의 출발점이 2023년 4월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이었다는 분석도 보고서에 실렸습니다.
당초 2022년 11월 윤 전 대통령과 과학기술계 원로 간 간담회에서 R&D 나눠먹기가 언급되며 계기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지만, 이듬해 4월 미국 순방 직후 한미 기술동맹, R&D 국제협력 대폭 확대 등이 언급됐다는 것입니다.
이후 2023년 5월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게 R&D 나눠먹기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순방에서 윤 전 대통령은 디지털바이오 분야 석학과 대화 등을 진행했으며, 이후 R&D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8월 초 다시 증액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R&D 예산을 1조 원 이상 늘리라는 지시가 대통령실로부터 있었다는 것입니다.
배 부총리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R&D 삭감 출발점이 4월 미국 순방이 아니냐는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순방 이후 글로벌 R&D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강조가 됐고 관련된 예산 확보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배 부총리는 R&D 삭감으로 피해를 본 과학기술계에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R&D 삭감으로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과기정통부는 최소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의사중계시스템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