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쇄된 파키스탄 국경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아프간 소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정권이 국경 일대에서 파키스탄군을 공격하면서 양국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아프간 군 당국은 지난주 수도 카불 등지를 겨냥한 파키스탄군의 영공 침범에 맞대응해 보복했다며 파키스탄 군인 58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밤(현지시간) 아프간 탈레반군은 국경 일대에서 파키스탄 보안군 초소를 향해 발포했고, 파키스탄 보안군도 소총과 포사격으로 맞대응하면서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습니다.
교전은 아프간 동부 쿠라르주·낭가르하르주·팍티아주를 비롯해 남동부 호스트주와 남부 헬만드주 등 국경 6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아프간 군 당국은 이번 교전에서 파키스탄 군인 58명이 사살됐고 30명이 다쳤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상자 수를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아프간 군인 2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프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자국 영공을 먼저 침범한 파키스탄군에 대응해 벌인 보복 작전이라는 입장입니다.
아프간 국방부는 성명에서 "카불을 향한 파키스탄군 공습에 대응한 보복으로 (국경 지역 여러 곳에서) 파키스탄 보안군과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서로 상대국의 국경 초소를 파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프간 군은 파키스탄 국경 초소 25곳을 점령했다고 밝혔고, 파키스탄 군 당국은 아프간 초소 여러 곳을 파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공격을 규탄하면서 "아프간의 도발에 걸맞은 대응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초소를 파괴해 후퇴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9일 카불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리고 동남부 지역에서도 한 차례 폭발이 발생하자 다음 날 아프간 국방부는 이를 파키스탄의 공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파키스탄은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파키스탄탈레반(TTP) 지도자를 표적으로 공습했고, 그가 생존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TTP를 숨겨주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아프간에 촉구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무장단체의 공격이 급증했고 대부분은 TTP가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FP는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한 2021년 이후 TTP가 파키스탄군 수백 명을 살해한 의혹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양국은 2천611㎞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가 모여 결성된 극단주의 조직인 TTP는 파키스탄 정부 전복과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른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프간 탈레반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이념을 공유하며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아프간에 주요 은신처를 둔 채 파키스탄을 오가며 각종 테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국경 인근에서 무장단체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계속 비판했고, 아프간은 이를 부인하면서 갈등을 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