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 조직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은 두 달이 지나도록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감금되는 피해가 지난해에만 2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인 카지노 건물이 보입니다.
현지 범죄조직 근거지인데, 한국인 피해자들에겐 '감옥'으로 불립니다.
밀린 빚 탕감이나 고액 알바 등을 미끼로 한국인을 이곳으로 유인한 뒤 감금·고문해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가담시키는 겁니다.
[캄보디아 내 감금·고문 피해자 : (발톱을) 한 번에 이렇게 드는 게 아니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이러거든요. 드라이버 같은 걸로. 그리고 여기 담뱃불로….]
경북 예천에 사는 20대 대학생 A 씨도 지난 7월 국내 브로커 소개로 캄보디아로 향했습니다.
'현지에 가면 은행 통장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제안을 덜컥 수락한 겁니다.
하지만 A 씨 명의 통장에 입금된 범죄조직 수익금 5천만 원을 한국에 있던 브로커가 빼돌리면서 A 씨는 감금당한 채 고문을 받았고 지난 8월 깜폿주 보코르 산악지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와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망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시신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업시켜주겠다'거나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건너가 납치나 감금 피해를 당한 우리 국민 피해건수는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 한자릿수에서 2022년 두자릿수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무려 221건에 달했습니다.
2021년 4건에 불과하던 신고건수는 올해 7월까지 252건이 접수됐습니다.
[캄보디아 내 감금 피해자 : '출국 비용이나 여권 비용을 마련해 주겠다' 그러면서 돈을 보내줘요. 막상 가보니까 감금당해 있고 돈도 못 받고….]
경찰은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 A 씨의 출국 경위 등을 수사 중이며, 최근 잇따르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각종 범행 단서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열, 디자인 : 장성범·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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