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늘어선 고층 건물들
10대 재벌 그룹 산하 비상장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10년 전의 3.8배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액 증가율이 한참 뒤떨어지는데도, 당기순이익 성장률 측면에선 상장 계열사들을 큰 폭으로 앞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자료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현재 840개로, 이중 비상장사는 722개에 달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상장사 수는 97개에서 118개로 21.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비상장사는 479개에서 722개로 50% 이상 늘었습니다.
비상장사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K그룹(65개→177개)으로, 이어서는 한화(45개→106개), 신세계(22개→53개), 현대자동차(40개→62개) 등 순이었습니다.
특히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서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10대 재벌그룹 소속 비상장사들의 2024사업연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7조9천237억원으로 10년 전(2조827억원)에 비해 280.5% 급증했습니다.
비상장사 숫자가 전체적으로 늘기도 했지만, 1곳당 당기순이익 평균치도 43억원에서 110억원으로 2.5배 수준이 됐습니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재벌그룹만 따져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서 2024사업연도 비상장사 당기순이익이 8천689억원으로 10년 전(1천264억원)보다 587.3%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같은 기간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38조6천573억원에서 79조232억원으로 104.4%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재벌그룹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자산총액은 10년 전 대비 각각 68.2%와 71.8% 증가해 증가율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매출액은 상장사가 42.1% 증가한 반면 비상장사는 이보다 훨씬 낮은 30.8% 성장에 그쳤습니다.
이런 흐름이 우려를 낳는 것은 재벌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비상장사를 3세나 4세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3세나 4세가 지분을 많이 가진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의 대물림'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시 등을 통해 회사 내부 사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는 상장사에 비해 외부감시가 닿기 힘든 까닭입니다.
총수 일가에게 거액의 배당을 주는 통로로 비상장사가 활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GS그룹 비상장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지난 1년여간 총 100억원의 배당을 실시, 당기순이익(91억9천여만원)보다 많은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줬습니다.
배당금 대부분은 GS그룹 사주 일가에 돌아갔습니다.
10대 재벌은 아니지만, 작년 33억5천여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카카오그룹 산하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는 100% 지분을 보유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15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 효성그룹 비상장사 효성투자개발 등도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했고, 역시 대부분의 금액이 오너 일가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