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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면 '1000도' 육박하는데…인증 소화기는 '전무' (풀영상)

폭발하면 1000도 육박하는데…인증 소화기는 전무 (풀영상)
<앵커>

이번 국정자원 화재뿐 아니라, 최근 화재 현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자주 발견되고 있죠. 서울시와 소방 당국이 실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열을 가해 불이 나게끔 유도해 봤더니, 13분 만에 폭발하며 불길이 급속하게 번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태원 기자>

지난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공장 화재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공장을 가득 채우는 데 42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선 충전 중인 전동스쿠터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 일가족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

두 사고 모두 불길이 급속히 번져 대피가 어려워지면서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시와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재개발 예정인 아파트 내부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전동스쿠터 등에 이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과정을 시연할 것입니다.

방 안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설치하고 발열 패드로 열을 가하자 8분 뒤쯤 희뿌연 연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다시 5분이 지나자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튀면서 폭발합니다.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방 안을 뒤덮은 불길은 건물 밖으로도 번졌고, 현관의 온도는 1천 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진용기/서울 소방재난본부 재난조사분석팀 화재조사관 : 일단은 발화가 시작되면 가연성 가스를 다량으로 분출합니다. 그래서 그 스파크가 튀게 되면 그 가스에 의해서 화재가 확산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지난 2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탓에 발생한 화재는 346건에 달합니다.

또 지난 4년간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 가운데 70%가 전동 킥보드, 16%는 전기 자전거에서 발생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급적 실내에서 충전하지 말고, 충전하더라도 대피 통로인 현관 근처는 반드시 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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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위험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소화기는 없는 건지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이 지난해 말 아리셀 참사 이후 전용소화기 인증 기준도 마련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이 인증을 받은 소화기는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신정은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신정은 기자>

지난달 대전 국정자원 화재 당시 직원들은 할로겐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김기선/대전 유성소방서장 : 처음엔 약간의 연소가 가라앉는 듯했으나 곧바로 연소가 계속 진행됐습니다.]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예담/서울 구로구 : 아기 키우는 입장에서 배터리가 이렇게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도 않고 많이 불안한 것 같아요.]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초기 진화할 수 있다는 전용 소화기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도 크게 치솟았습니다.

전용 소화기 인증을 받으려면 시험에 사용할 배터리가 적합한지, 소화 약제를 분사했을 때 불을 완전히 끄는지,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한 성능을 내는지 등 외부 온도를 달리해 네 차례 시험에 통과해야 합니다.

소방 당국이 지난해 12월에 마련한 인증 기준인데, 온라인에서 전용 소화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 수십 개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증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화기 제조 A 업체 : 배터리 대중적인 건 3.63V인데, 시험은 4.05V 이상일 것이라고 쓰여 있어요. 그러니까 배터리를 구해서 시험 볼 수가 없어요.]

시험용 배터리 셀을 고정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소화기 제조 B 업체 : (배터리 셀) 5장을 모아요. 모을 때 조인단 말이에요. 조이는 압력의 기준이 없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인증 시험이 여러 차례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소화기 제조 B 업체 : '업무일정이 꽉 찼다'고. 4월에 신청했더니 6월에, 6월에 갔더니 8월에. 지금 얘기하니까 10월에.]

소방 당국은 현재 소화기 개발 업체들의 인증 시험이 접수돼 진행 중인 상태라, 연말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 의견을 반영한 정밀한 인증 기준 마련과 함께 배터리 화재 진압에 적합한 소화기 개발 지원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김남성, 영상편집 : 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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