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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보이즈가 무대 위에 나타났다고? 이들의 정체는? [스프]

[커튼콜+] '케데헌'보다 먼저 터진 이 발레 '갓'
갓'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화제가 된 발레단이 있습니다. '케데헌'에 발레가 나온 것도 아닌데 왜 발레단이 화제가 됐을까요? 이 발레단의 무용수 다섯 명이 갓을 쓰고 춤추는 영상이 '사자보이즈 실사판'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SNS를 뜨겁게 달군 이 영상은 바로 윤별발레컴퍼니의 창작 발레 '갓' 중 한 장면이었습니다.


사자보이즈 실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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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의 인기에 편승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케데헌이 공개되기 한참 전인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초연됐습니다. 윤별발레컴퍼니의 상임안무가 박소연 씨가 다양한 갓을 소재로 만든 70분 분량의 '갓' 중 '남흑립' 파트가 사자보이즈와 정말 흡사합니다. 마침 출연 무용수도 사자보이즈처럼 딱 5명. '케데헌' 애니메이션 속 사자보이즈의 칼군무 못지않게, 갓을 쓴 발레리노들의 움직임은 아주 힘차고 역동적입니다.

윤별발레컴퍼니는 발레리노 윤별,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박소연을 주축으로 한 신생 발레단입니다. 두 사람은 선화예중을 같이 다니던 시절부터 2인무 파트너였다고 해요. 각각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했고, 팬데믹으로 설 무대가 없는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자신과 동료를 위한 공연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활동하면서 마음 맞는 무용수들을 모은 것이 현재의 윤별발레컴퍼니가 됐습니다. 그럼 '갓'은 어떻게 만들어진 작품일까요?

"독일에서 활동할 때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봤는데, 사람들이 갓에 관심을 많이 갖는 걸 봤어요. 외국인들이 '저 모자 뭐야?' 하면서 아마존에서 구매처를 찾고 있는 걸 보면서, 갓을 쓰고 춤추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귀국하고 2021년에 처음으로 갓이 나오는 짧은 작품을 안무했는데, 그게 지금의 '갓'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박소연)


섹시놀부의 탄생
윤별발레컴퍼니

'갓'은 초연 당시부터 지금까지 공연마다 모두 매진을 기록했는데요, 여기에도 흥미로운 사연이 있습니다. 작품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홍보를 위해 짧은 댄스 필름을 찍었는데, 그중 한 장면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공연 티켓이 모두 팔려 나간 겁니다. 일명 '섹시 놀부' 영상이었습니다.

'정자관(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쓰던 관모의 하나)'을 쓴 남자 무용수가 꽃을 든 여자 무용수들 사이로 나타나는 5초 정도의 영상인데, 사실 이 장면은 '갓'의 본 공연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댄스필름에서만 연출했는데, 한 네티즌이 SNS에 올린 이 '짤'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폭발적인 화제가 된 겁니다. 정자관을 쓴 놀부의 이미지가 친숙하다 보니, 이 장면엔 어느새 '섹시놀부'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이 장면에 출연한 강경호의 팬덤이 생겨났습니다.

'섹시놀부'로 지명도를 높이기 시작한 강경호는 이후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스테이지파이터에 출연해 톱 10 안에 들면서 팬덤이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같은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정성욱, 김윤찬도 스테파에 출연해 톱 10이 됐습니다. 스테파 톱 10 무용수를 세 명이나 보유한 윤별발레컴퍼니도 같이 지명도가 올라간 건 물론입니다. '갓'이 공연될 때마다 스테파로 새롭게 무용 팬이 된 관객들이 몰렸습니다.


사자보이즈까지, 운이 좋았다?
윤별발레컴퍼니

최근 '사자보이즈 실사판'이라는 새로운 화제성까지 더해지면서, 이 발레단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습니다. 요즘 국내외에서 '사자보이즈 발레'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윤별 예술감독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화제가 됐을 때 '갓'을 장기 공연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퀄리티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아껴 놓겠다고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갓' 전막 공연을 보려면 내년 투어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섹시놀부-스테파-사자보이즈로 이어진 윤별발레컴퍼니의 화제 3연타. 정말 운이 좋았지만, 운만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운이 찾아오면 이를 더욱 큰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공연이 없어지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저희 둘은 사실 춤만 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무대가 없으니까 '공연이 없으면 차라리 내가 만들어 볼까? 무대가 없으면 안무를 해볼까?' 이렇게 찾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저희는 아직 어느 발레단에 소속된 댄서였을 것 같아요."(윤별)


가난해서 성공했다
윤별은 '갓'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가난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돈이 없어 무대 세트도, 화려한 의상도 갖출 수 없었기에 춤과 조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오히려 작품의 '색깔'이 되었습니다.

신생 발레단으로서 어떻게 하면 작품을 더 알릴까 고민했고, 그래서 안무가 완성되기도 전에 '갓'의 댄스 필름을 찍었고, 이 영상이 '섹시놀부'를 탄생시켰습니다. 물론 '섹시놀부'의 탄생은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바이럴의 힘'을 알고 댄스 필름을 찍지 않았더라면 이런 성공은 없었을 겁니다. 윤별은 영상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이후부터는 무대를 만드는 일과 동시에, 이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늘 고민했다고 합니다.


'케데헌' 나오기 전부터 준비했다
윤별발레컴퍼니

'케데헌' 열풍도 미리 예견하고 대비했다고 합니다. 해외 기사를 본 팬이 '갓'과 너무 똑같으니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귀띔해 줬다고 하죠.

"저 올해 초에 알고 있었어요. '케데헌'이 나온다는 걸 외국 신문에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스틸 사진이 나왔는데 정말 '갓'이랑 똑같더라고요. 저희가 먼저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유튜브에 5명이 나오는 영상들을 업로드하기 시작했어요. '케데헌'이 유명해지니까 별 곳에서 다 따라 한다고 할까 봐 계속 올려두고 있었어요."

이들은 올해 초부터 '갓'의 남흑립 파트를 집중적으로 유튜브 채널에 올렸습니다. '케데헌'이 공개되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즈음 열린 '갓'의 투어 공연 때는 커튼콜 때 팬서비스로 사자보이즈의 포즈를 따라 하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이때 관객들이 찍은 영상이 '사자보이즈 실사판 발레'를 알리는데 촉매제가 된 건 물론입니다.


결국은 작품 자체로 승부한다
윤별발레컴퍼니

윤별은 그러나 SNS의 화제성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관객이 스테파 출연 무용수를 보기 위해, 혹은 사자보이즈 발레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하더라도, 공연이 끝날 때에는 '갓'이라는 작품 자체에 반해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합니다.

윤별발레컴퍼니는 현재 내년 '갓' 전국 투어와 해외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박소연은 '갓'을 윤별발레컴퍼니의 대표작을 넘어 한국 창작발레의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윤별은 사실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레단 이름을 두고 한동안 고민이 컸다고 고백했습니다. 공연장 빌릴 때 단체 이름이 필요해서 얼떨결에 지은 이름이었는데, 괜히 자신의 이름을 내세웠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발음도 어렵고 낯선 이름이라는 거죠. 그런데 한 멘토의 조언이 그의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분이 미켈란젤로도 그렇고, 차이콥스키도 그렇고, 우리가 그걸 어떻게 발음하겠냐. 유명하니까,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니 그런 것 아니냐, 차이콥스키 처음부터 쉽게 발음했겠냐,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유명해질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제 이름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약을 향해
이름이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책임과 각오의 선언이 된 셈입니다. 윤별과 박소연의 커튼콜 출연 후에 이들의 연습실을 찾아갔습니다. 예술의전당 근처 한 건물의 지하 연습실은 리프팅할 때 발레리나가 마음 놓고 팔을 뻗지 못할 정도로 천장고가 낮고, 좁고, 낡은 곳이었지만, 연습에 임하는 무용수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발레단은 3년간 몸담았던 이곳을 떠나, 여건이 나은 연습실로 곧 이사한다고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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