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 영녕전 신실 입구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할 당시 종묘 영녕전의 신실까지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실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는 공간으로, 김 여사가 종묘 휴관일에 국가유산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평소 관람은 물론 출입도 엄격히 제한되는 의례 공간이 열렸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유산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기 전 영녕전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김 여사는 외국인 2명, 통역사 1명과 함께 있었으며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도 자리를 지켰고, 이들은 영녕전 건물과 내부 신실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여사 일행은 종묘가 문을 닫는 화요일에 정문인 외대문이 아니라 영녕전 부근 소방문으로 들어왔고, 영녕전에서 5분 정도 머물렀다고 궁능유적본부 측은 설명했습니다.
궁능유적본부는 신실 개방 여부와 관련해 "(김 여사가 영녕전 일대에 머무르는 동안) 신실 1칸을 개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참석한 사람 가운데 신실 (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실 문 바깥에서 내부를 관람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김 여사와 함께 있던 외국인 동행자는 유명 화가인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가족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김 여사는 2015년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절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술관(내셔널갤러리)이 소장한 로스코 작품 50점을 들여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시를 열었습니다.
신주를 모시는 신실은 종묘 안에서도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안쪽에는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신주장(神主欌)을 두고 양옆에는 의례용 상징물인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을 보관하는 보장(寶欌)과 책장(冊欌)을 배치합니다.
그 앞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입니다.
영녕전의 신실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봉행하는 큰 제사, 즉 대제(大祭)가 있을 때만 문을 엽니다.
궁능유적본부는 신실을 누가 개방하라고 지시했는지 묻는 의원실 질의에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영녕전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신실 1칸을 개방할 것을 지시해 개방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오경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행을 위해 영녕전 신실을 개방하라고 요구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의원은 "관련 의혹이 국가유산 사적 이용으로 결론 나면 비용을 청구하고 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며 "국정감사에서도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연합뉴스)